대부분 시나리오에서 '중국, 타이완 침공 실패'
하지만 가장 가능성 높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중국의 침략은 실패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중국군의 대규모 공격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지상군이 해안가에 포진해 중국군의 보급품 조달과 내륙 진출을 차단했고, 일본 자위대의 지원을 받은 미 잠수함과 폭격기, 전투기, 공격기가 중국 함대를 급속히 무력화시키는 걸로 나타난 겁니다. 중국이 일본 기지와 미국 함대를 공격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이런 승리에는 상당한 대가가 따를 걸로 예측됐습니다.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로 CSIS는 미국과 일본이 선박 수십 척과 전투기 수백 대, 군인 수천 명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런 손실은 수년간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2척과 대형 수상 전투함 7~20척의 손실을 입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장비에 비해 인명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긴 했지만, 이 워게임 모델에서 포함되지 않은 남중국해 전투 손실을 더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시나리오에서 전투 개시 후 첫 3~4주 동안 평균 6천96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중 약 3천200명이 전사하는 걸로 나왔습니다.
중국 측 피해는 더 커서 중국 해군의 경우 괴멸적 타격을 입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중국군 수만 명이 전쟁 포로가 될 것이라면서 1만여 명의 병력 피해와 함께 전투기 155대, 주요 선박 138척이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타이완군의 경우 병력 3천500명, 구축함 26척이 손실을 입을 걸로 예측됐습니다.
타이완 방어 성공, 4대 조건
첫째, 타이완군이 반드시 방어선을 지켜내야 합니다. 침공 시 중국군 일부가 항상 타이완 상륙에 성공하는 걸로 나타났다며 타이완군이 해안 거점을 확보하고 중국군의 작전 능력이 약화되는 대로 강력한 반격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보고서는 지상군이 타이완의 방어 노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타이완 지상군 강화를 조언했습니다.
둘째, 미군이 신속히 직접 참전해야 합니다. 보고서는 타이완의 경우, 전투 참여 없이 무기만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모델'은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러시아가 육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서방의 무기 지원을 차단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중국은 몇 주, 몇 달 동안이라도 타이완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미국은 평소 필요한 무기를 타이완에 제공해야 하며, 중국 침공 시 참전을 늦추거나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중국 측이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해 타이완 방어를 어렵게 하고 미군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셋째, 일본 내 미군 기지를 작전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고서는 한국이나 호주 등 다른 동맹국들의 경우 중국과의 광범위한 경쟁에서 중요하고 또 타이완 방어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핵심은 일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일미군 기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미군 전투기나 공격기가 효과적으로 전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넷째, 미국이 중국의 방어 구역 밖에서 중국 함대를 신속히 일제 타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고서는 장거리 대함 순항 미사일과 원거리 대함 공격이 가능한 폭격기가 미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국의 침공을 물리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를 위해 미사일 고도화와 조달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자주국방'이 단순한 구호일 수 없는 이유
중국이 당장 타이완을 침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입니다. 다만, 이는 단기적 전망일 뿐입니다. 시간문제일 뿐 결국 중국이 타이완을 장악할 거란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이 타이완 의존도가 컸던 반도체 생산을 미국이나 중남미로 옮기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타이완 유사시 미국이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이 미국 정가에서 자꾸 회자되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반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미래를 놓고 예단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반도체와 남중국해 등 타이완이 갖는 전략적 가치가 작지 않고 앞으로 미중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지정학적 가치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자국의 이익을 뛰어넘는 손실을 감당하면서까지 대신 지켜줄 나라는 없습니다. 남북 대치와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서 역시나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잊지 말아야 할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