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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남하 때 '지그재그' 비행…군, '서울행' 언제 인지했나

북한 무인기, 남하 때 '지그재그' 비행…군, '서울행' 언제 인지했나
지난달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대 간 상황 전파가 늦어진 이유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무인기를 먼저 탐지한 전방 육군 부대와 서울을 지키는 부대 간에도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는 북한 무인기가 서울로 방향을 튼 것을 군이 늦게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오늘(10일) 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25분 북한 무인기의 이상 항적을 육군 1군단이 처음 포착했고 이를 전달받지 못했던 수도방위사령부는 10시 50분쯤 자체적으로 서울 항공의 이상 항적을 포착했습니다.

1군단 레이더에는 10시 19분부터 항적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이는 사후 밝혀졌습니다.

최소 25분간 전방 1군단과 서울을 지키는 수방사 간 중요 정보 공유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육군 1군단은 상급 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에도 오전 11시 10분쯤에야 이상 항적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속 100㎞ 정도의 속력을 낸 이 무인기가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으로 진입해 한강을 따라 30여㎞ 남짓 떨어진 서울에 이미 도달하기에 충분했을 시간 동안 수방사와 지작사는 무인기 침범을 알지 못했습니다.

1군단의 상황 전파가 늦어진 이유로는 해당 무인기가 한강을 따라 비행할 때도 직선이 아닌 좌우 종횡으로 날아다님으로써 서울로 향한다는 사실을 군이 제때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북한 무인기는 사전 입력한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좌표에 따라 자동 비행했습니다.

사전입력 좌표 비행에서는 북한이 미리 파악하고 있던 아군 방공진지 등에 가까워질 때 최단 거리 직선 경로에서 수백 미터가량 벗어나는 기동을 하도록 설정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7년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까지 내려갔던 북한 무인기도 이런 식의 비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이 사후 파악한 이번 무인기 항적 역시 큰 틀에서 서울로 향하기는 했으나 온전한 직선 형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욱이 북한 무인기는 2m급 소형으로 레이더상 탐지와 소실이 반복되면서 일관된 항적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무인기가 서울로 향한다는 것을 군이 뒤늦게 파악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는 각 부대가 담당 구역을 책임지도록 하는 육군의 개별적 방공 시스템 특성상 구역을 넘나드는 적의 무인기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기가 애초에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합참은 "(무인기를 처음 탐지한) 1군단과 수방사 사이에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것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 이유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비태세검열실은 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고 이런 내용을 집중적으로 검열하면서 긴급 상황 전파를 위한 시스템인 고속상황전파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작전상 미비점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군의 무인기 대응과 관련해 정보·작전라인 등의 문책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정부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고위급 장성을 물갈이할 경우 북한이 이를 역이용, 다른 형태 도발에 추가로 나서서 반응을 떠보려고 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즉각적인 문책성 인사 조처보다는 향후 정기 장성 인사가 있을 때 이번 무인기 대응에서 나타난 과실과 책임을 반영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립니다.

다만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했고 군이 처음에 이를 부인하다가 말을 번복한 점 등 위중한 사안을 고려해 정부가 곧바로 문책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사진=합참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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