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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베 피격 6개월…피의자 '영웅시' 현상까지

아베 전 총리 피격 6개월

아베 총격 피습 현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7월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아베 전 총리의 등 뒤에서 대포 소리 같은 소리가 두 번 울렸다. 그리고 단상에 있던 아베 전 총리는 가슴을 잡고 쓰려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오후 숨을 거뒀다. 살해 피의자는 42살의 남성 야마가미 테츠야.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구 통일교에 빠진 어머니가 집안의 전 재산을 팔아 치워 거액의 헌금(10억 원가량)을 냈고, 그 종교를 일본에 들여온 기시 전 총리의 자손인 아베 전 총리가 종교 행사에 비디오 메시지까지 낸 것을 보자 살해 결심을 했다"고 한다.

아베 전 총리 피격으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피의자 야마가미는 현재 오사카 구치소에 수감 중이고 오는 13일이면 구속 기한이 만료된다. 야마가미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된 정신감정도 10일이면 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 야마가미는 재판에 넘겨진다. 수사를 벌이고 있는 나라지검도 야마가미에게 충분히 형사책임능력이 있다고 결론을 낸 상태다. 검찰은 야마가미에게 살인 혐의 외에도 스스로 총기를 만들어 실험까지 한 점을 들어 총기제조법 위반도 적용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고, 경찰은 선거 연설을 방해한 혐의로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야마가미 구치소에 영치금, 선물 쇄도

아베 전 총리 저격범 야마가미 데쓰야

그런데 하나 특이한 점은 야마가미가 수감돼 있는 구치소에 영치금과 선물 등이 쇄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현재 오사카구치소의 야마가미에 대한 영치금이 우리 돈 1천만 원이 넘고 식료품, 옷, 상품권 등이 계속 도착하고 있다. 팬레터까지 적잖이 오고 있다고 하는데, 야마가미의 독방에는 이런 물품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서 친척 집으로까지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같은 구치소 안의 재소자들도 '혼자서 총리를 살해해 나라를 뒤흔든 인물'이라며 일종의 경외심 같은 것을 가져 야마가미를 영웅화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재소자 중에는 '내가 대신 형기를 살아주고 싶다'고 말한 사람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야마가미도 피해자라며 감형을 요구하는 서명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총리 살해범이 영웅…정치인은 어디에

야마가미의 범행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베 전 총리의 죽음으로 '정치와 종교' 문제가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교단에 따른 거액 헌금과 영감상법(: 영(靈)적인 이유를 들어 신자들에게 고액으로 물건을 파는 행위)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법안도 마련되었다. 이런 문제점이 이번 사건으로 처음 드러난 것이 아니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계속 고통을 호소해 왔고, 정치의 영역해서 결국 해소되었어야 할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특정 종교와 정치인과 접점이 속속 드러나는 것을 보면 왜 정치권이 그동안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는 추측이 가능하다.

결국 이 사건으로 정치인과 종교와의 유착 등은 크게 다뤄지지 못하고 종교의 부도덕한 행위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지만 특정 종교를 대하는 일본 정치인들이 앞으로 예전처럼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작 정치인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방치한 상태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총리를 살해한 피의자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환기되었다는 점에서 야마가미가 영웅시되는 현상은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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