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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에 축의금 10만 원은 부담…7만 원은 안 되나요"

"사회 초년생에 축의금 10만 원은 부담…7만 원은 안 되나요"
서울 용산구에 사는 노은지(30) 씨는 30대에 들어서면서 결혼하는 지인들이 늘었습니다.

노 씨는 결혼식을 많게는 한 달에 네 번도 간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요즘 축의금은 10만 원이 기본인데 사회 초년생에게는 부담"이라며 "월급을 받아 저축하고, 생활비를 쓰고 경·조사비까지 내면 여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결혼식 축의금까지 올라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밥을 먹으면 10만 원, 참석하지 않으면 5만 원'이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 초년생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 모(31) 씨는 "요즘 예식장 식대가 1인당 6만∼7만 원 이상이다 보니 결혼식에 직접 가면 10만 원을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결혼식 시즌이 다가올 때면 기쁜 마음으로 내면서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가계부 앱을 열고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하는 전 모(29) 씨는 최근 친한 친구가 결혼하면서 '브라이덜 샤워'(예비신부를 위한 파티) 준비 비용 7만 원, 축의금 30만 원, 신혼집 집들이 선물 6만 원 등 총 43만 원을 지출했다.

전씨는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직장인 강민경(30) 씨는 축의금을 낼 일이 많아지자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다.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직접 가면 10만 원, 가지 않으면 5만 원, 친구는 15만 원, 친한 친구는 20만∼30만 원을 내기로 했습니다.

강 씨는 "부담스럽지만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생활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축의금 액수를 고민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 기본 축의금이 10만 원인데 앞으로 더 오르는 것 아니냐', '애매한 관계의 지인 결혼식엔 아예 가지 않게 된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5만 원과 10만 원 사이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직장인 장성욱(31) 씨는 "물가가 오르다 보니 다소 어색한 사이에도 5만 원을 내고 오면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생긴다"며 "식장에 갔지만 밥을 먹지 않은 경우에는 7만 원을 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권 모(30) 씨는 "한 달에 결혼식이 두세 번 있는 달에는 순식간에 30만 원을 지출하게 된다"며 "주변에 축의금을 홀수로 맞추는 게 좋다면서 7만 원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작년 3월 20∼30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적정 축의금 액수가 평균 7만8천9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53.3%는 '10만 원 미만', 45.3%는 '10만 원 이상 20만 원 미만'이 적정하다고 답했습니다.

축의금 액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으로는 친밀도(83.3%)가 가장 많이 꼽혔고, 경제적 상황(9.3%), 주변 사람이 내는 액수(4.0%)가 뒤를 이었습니다.

축의금 액수를 의식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작년 10월 결혼한 직장인 이 모(30) 씨는 "막상 결혼하고 보니 5만 원을 내더라도 직접 와서 인사해준 사람이 고맙더라"며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도 아닌데 액수를 가지고 인간관계의 척도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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