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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새로운 중국발 코로나 변이를 우려하는 이유

​2020년 7월, 중국은 두 달 동안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거대한 홍수에 시달렸다. 싼샤댐 붕괴 위험이 제기될 정도로 기록적인 비가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일부 지역의 제방을 폭파해 강물을 주변 농토로 방류했다. 댐에 가해지는 수압을 덜어내 최악의 붕괴 사고를 피하려는 고육책이었다.

2020년 7월 중국 대홍수 당시 안후이성 댐 폭파, SBS뉴스 캡처
코로나 변이를 제목에 걸어놓고 뜬금없이 무슨 홍수 얘기냐고?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그때 그 홍수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에게 코로나 방역보다 더 중요한 건 인민들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모한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인민의 반발이 폭발 직전까지 차오르자, 공산당은 제방을 터뜨리듯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한꺼번에 풀어버렸다. 글자 그대로 봇물 터진 것처럼 확진자가 늘고 있다. 제방에서 터져 나온 흙탕물이 주변 농토를 휩쓸듯, 그 여파가 우리나라까지도 밀려오기 시작했다.

격리 거부하고 도주했던 중국인 확진자 40대 A씨가 5일 서울에서 검거돼 인천시 중구 모 호텔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빨라도 너무 빠른' 중국의 감염 확산

중국 내부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하면, 인구 2,200만 명인 수도 베이징은 90% 이상, 인구 2,500만 명의 상하이는 7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일 대만 등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6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구 14억 명 중 40% 이상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 감염자는 6억 6천만 명인데, 보도대로라면 중국에서 불과 한 달 만에 이에 육박하는 감염자가 나온 셈이다.
 

이렇게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중국 외교부는 '현재 중국 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이미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종류들'이라며 반발하지만, 변이 출현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중국 내부에서, 그것도 중국 내 최고 권위자에게서 나왔다.

1월 4일 SBS 8뉴스 정영태 베이징특파원 보도 캡처
변이 바이러스는 왜 생기는 걸까? 그 원리를 알아보면 중난산 원사가 우려한, 그리고 세계 각국이 우려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학습만화를 곁들여 설명해 보겠다.
 

바이러스의 변이, 어떻게 생기나

바이러스는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스스로는 자기복제를 하지 못한다. 자신과 같은 바이러스를 더 많이 만들어내려면 생물의 세포에 기생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이렇게 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내 몸속 세포를 뚫고 들어와 자기복제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바이러스에 장악되어 망가진 세포가 많아지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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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이러스의 자기 복제는 인간 세포의 자기 복제처럼 정교하지 못하다. 빠르게 마구 찍어내다 보니 유전자 정보가 틀리게 복제되는 경우가 생긴다. 마치 시험 볼 때 컨닝한 답안지를 베껴 쓴 답안지를 다른 학생이 또 베껴 쓰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원래 적힌 것과 전혀 다른 오답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복제된 바이러스가 원래의 바이러스와 달라지게 되면 이를 '변이(variant)'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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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를 빨리, 많이 할수록 오류의 가능성이 늘어나고, 오류가 쌓여서 새로운 변이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중국은 인구 규모가 크다. 단기간 대규모 감염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새 변이 출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중난산 원사의 우려는 매우 타당하다.
 

백신은 변이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변이 발생의 가능성을 낮추려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속도는 늦춰야 한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사람 간의 만남을 차단하는 것, 또 하나는 백신 접종으로 감염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가 내 세포에 맘대로 들어와 분탕질을 치도록 그냥 두지는 않는다. 면역체계가 여러 단계로 발동한다. 그중 하나의 작용이 '중화항체'를 만들어내 바이러스가 세포의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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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다.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코로나19가 어떤 존재인지 학습하고 싸우는 방법을 훈련한다. 우리 몸은 코로나19에 딱 맞는 중화항체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며, 그 외의 다른 면역 작용도 강화돼서 코로나19와 더 잘 싸울 수 있게 된다. 백신을 여러 번 맞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지 않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갈 확률이 낮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구 복제된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변이 발생의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바이러스도 공격 전술을 바꾼다

문제는 바이러스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이 학습한 것과 다른 형태로 바뀌어 (즉, 변이하여) 중화항체의 방어를 뚫고 세포를 파고든다. 오미크론 변이가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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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중화항체를 회피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그러나 백신의 효과는 중화항체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면역체계의 다른 측면도 강화하므로, 여전히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오미크론에도 더 잘 견뎠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었어도 위중증률이나 치명률은 전보다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변이 소식이 나왔다. 바로 XBB다.
 

XBB는 오미크론의 최신 업데이트 버전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복제-복제-복제를 거듭하다 오류가 쌓이면서 어느 순간 변이가 되었다. 알파 베타 델타 등 여러 변이가 나오더니 오미크론에 이르렀다. (순서대로 그리스 알파벳 이름이 붙었다. '이러다 오메가 변이까지 나올라' 하는 말도 돌았다.) 아래 그래픽은 ' 넥스트 스트레인'이라는 사이트에서 코로나19 변이의 진행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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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바이러스는 또다시 복제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많이 달라지면 아예 다른 그리스 알파벳 이름을 붙일 텐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므로 '오미크론' 뒤에 버전 번호를 붙인다. 오미크론 하위변이(subvariant)는 BA.1, 4, 5, BF, BQ등으로 다양해져갔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누군가의 몸속에서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바이러스 두 가지(BA.2.10.1과 BA.2.7)가 섞이게 되었다. 이 두 가지가 합체하면서 새로운 하위 변이가 탄생했으니, 그것이 오미크론 XBB이다. (X는 두 가지 바이러스가 '재조합'됐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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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B 변이는 최근에서야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XBB에 관한 보고들이 들어온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의 XBB는 버전 1이며, 인도에서 처음 발견돼 싱가포르 등 가까운 나라들로 전파됐다. 이미 10월 중순에 26개국에서 XBB.1이 보고됐다. 그러는 중에 조금씩 하위 변이가 추가로 진행됐다.

미국에선 10월 말에 뉴욕 일대에서 처음 XBB.1.5가 확인됐다. 이후 12월 들어 동북부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11월 추수감사절 연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은 뉴욕 등 미국 동부 대도시에 관광객이 대규모로 모이는 때여서 바이러스가 더 활발하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새해맞이를 위해 수십만 인파가 몰렸다.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사진=EPA,연합
XBB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오미크론 변이들보다 더욱더 면역체계를 잘 회피한다, 즉 감염이 더 잘 된다는 것이다.

미국 CDC가 확진자들이 어떤 하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지 매주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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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B는 11월 하순만 해도 거의 나오지 않다가 12월 말에 이르러서는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 동부지역 신규감염의 80%가량이 XBB 계열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세 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선 아직까지는 BF.7 계열이 우세하지만 미국처럼 XBB.1.5가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XBB1.5의 의학적 특징이 제대로 연구되어 나오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미국의 치료 경험을 보면 증상은 기존 오미크론 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참고 기사 : "XBB가 복통·설사 유발" 주가도 들썩… 사실은? (SBS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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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중국이 더 걱정되는 이유 (1) 백신

XBB 최신 변이(1.5)의 확산이 가장 강한 나라는 미국인데, 미국에서 위중증률이나 입원율, 사망률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뉴스쉽13
XBB가 기존의 오미크론보다 증상이 더 심하거나 치명률을 높이는 게 아니라면 뭐가 문제일까? 증식이 더 빠르고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게 문제다. 한번 걸렸던 사람이 더 쉽게 재감염될 수 있다. 팍스로비드 등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여전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기저질환이나 고령 등으로 면역이 저하된 사람의 경우엔 항체 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데, XBB 변이는 이걸 회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이나 한국 등은 그래도 걱정이 덜하다. 이미 감염자 급증의 파도를 넘어 의료체계를 운용해 본 경험이 있고, 효과가 입증된 m-RNA 백신을 광범위하게 접종했기 때문이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m-RNA백신이다.)

m-RNA백신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 들어와 세포의 문을 딸 때 쓰는 도구의 유전정보를 사람 몸속에 주입한다. 비유하자면, 실제 도둑이 문 따는 수법을 방범 시스템이 익히도록 하는 첨단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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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백신을 통해 학습을 마친 면역체계는 바이러스가 모양을 바꿔서 들어와도 어느 정도는 대처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효과가 떨어지는 자국산 백신만 접종했다. 중국 백신은 바이러스를 죽이다시피 해서 면역시스템의 학습 교보재로 주사하는 것이다. 사(死)백신이라 부른다. 과거의 전염병들은 이런 방식의 백신으로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지만, 면역체계 회피 능력이 뛰어난 첨단 강도(코로나19 최신 변이)에는 무용지물이다. 어린 학생들 상대로 연습경기 치른 축구팀이 프로와 붙으면 게임이 안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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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나름대로는 자국산 백신을 접종했다는데 제로코로나를 풀자마자 감염자가 폭증하는 것은 중국산 백신의 효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이 지금이라도 화이자 모더나 등 서구에서 만든 최신 m-RNA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기업들이 m-RNA 백신을 개발해 임상 시험 중이라고는 하는데, 접종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m-RNA 백신 없이 무방비 상태로 감염이 확대되면 중국은 4월까지 50만 명의 사망자를 낼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빌 게이츠가 돈을 대 설립한 국제적인 연구소에서 나온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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