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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박 당한 채 몸이 불탔다…치료비 1억에도 '집행유예'

<앵커>

지인들에게 원치 않는 생일 이벤트를 받다가 전신 화상을 입게 됐다는 한 청년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피해자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벌금형만 선고받았습니다.

김보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두운 공터, 머리에 두건이 씌워진 채 의자에 앉혀진 청년, 또래 청년들이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테이프로 발목까지 결박당합니다.

의자에 묶인 청년은 당시 22살이던 박 모 씨.

결박당한 박 씨 주변에는 휘발유가 뿌려졌고 양 무릎에는 폭죽이 올려진 채 불이 붙여졌습니다.

불꽃이 휘발유에 떨어지며 박 씨에게 불이 옮겨붙었고 전신 40%, 3도 화상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박 씨 : 너무 뜨겁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하니까 자빠졌어요. 가해자들은 그냥 구르라고 묶여 있는 사람 보고….]

2년 전 생일날, 알고 지내던 또래 청년들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일을 돕던 중이었습니다.

[박 씨 : 알게 된 지도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갑자기 두건을 씌우고 양 팔을 붙잡고 차에 강제로 태우고….]

생일 축하를 해준다며 데려간 곳은 인적 없는 공터, 밤 11시에 가까운 때였습니다.

제가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와봤는데, 보시는 것처럼 인적이 드물어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고통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박 씨 : 그냥 계속 타고 있었어요. 이대로 죽는구나 할 정도로. 제발 앰뷸런스 119 좀 불러달라, 그랬더니 가해자 애들이 음산하고 앰뷸런스가 쉽게 찾아오지 못한다….]

피부이식수술에 재건 치료까지 병원을 오가는 동안 가해자들은 초범 등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엄벌을 원했지만 감당 못할 치료비에 합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 씨 어머니 : 검사 말이 어차피 내가 합의를 해도 집행유예, 안 해도 집행유예 그러면 남는 치료비를 아예 못 받잖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를)….]

현재까지 들어간 치료비만 합의금의 두 배를 넘는 1억여 원.

결국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박 씨 어머니 : 치료비라도 해달라 이렇게 요구를 했어요. 그랬더니 본인 애들은 돈이 없다….]

(영상취재 : 김용우·양지훈,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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