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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누명 씌운 경찰…법정에서 거짓말까지?

<앵커>

한 50대 남성이 성폭행 누명을 쓰고 징역까지 살다가, 무죄를 선고받고 11개월 만에 석방됐습니다. 딸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직접 진범을 찾아 나섰기 때문인데 당시 '부실수사'를 했던 경찰관이 법정에서 위증을 한 정황도 저희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하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호두과자를 팔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50대 김 모 씨에게 '악몽'이 시작된 건 지난 2015년.

윗집 여성 정 모 씨가 다짜고짜 찾아와 자신의 15살 조카를 성폭행했다고 지목하면서부터입니다.

[김 모 씨 :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같은 장소에 한 번도 없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김 씨는 혐의를 줄곧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이 벌어진 전남 곡성으로 향한 딸.

직접 CCTV를 확보하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을 만나, 진범은 여성의 고모부였고, 고모 정 씨가 모든 조작을 주도했다는 자백까지 받아냅니다.

그렇게 김 씨는 11개월 만에 풀려나 무죄를 선고받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건 2년 전, 정 씨 부부가 전남 함평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이웃을 성폭행범으로 몰았던 전력이 있었는데, 경찰이 이를 알면서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 전 모 씨는 법정에서 함평 사건을 몰랐다며, 알았다면 수사 방향이 달라졌을 거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증언 등으로 김 씨는 패소했는데 최근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당시 경찰이 함평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확보됐습니다.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당시 경찰 수사보고서를 받아보니, 함평 사건 기록이 첨부돼 있었고 전 씨가 이를 직접 편철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던 겁니다.

[최정규/변호사 : 위증했다는 걸 확인하니 너무 황당한 거죠. 함평 사건의 존재를 알았다면 더 면밀히 수사할 수 있었는데 알고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국가가 책임을 져야….]

전 씨는 SBS와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수사기록을 다시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모 씨 : 경찰, 검찰, 판사 누구 하나 걸러줄 것 같았어요. 경제적 피해보다도 좀 국가 배상을 받아서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요.]

김 씨 측은 오는 13일에 있을 2심 선고 결과를 보고 경찰관 전 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김세경,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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