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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미? 중? 어떤 편에 서야 할지…" 위기의 한국 반도체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3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지난해 무역수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기사가 얼마 전에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 정부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내년 수출도 4.5% 줄 거다. 이런 예상치를 내놨더라고요. 그만큼 올해도 우리 수출 환경이 안 좋다는 건데 그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경기가 많이 안 좋다면서요?

<기자>

네. 올해 아 요새 왜 이렇게 빠듯한가, 느끼게 될 날들이 사실 작년 보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그 중심에 있는 반도체를 오늘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수출 1번은 반도체, '한국은 반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가 지금 세계 6위 규모의 무역국가인데요, 이렇게 큰 수출 규모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9%가 넘습니다.

수출 2위, 3위인 석유제품과 자동차 수출액을 다 합쳐도 반도체보다 비중이 적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실은 수입에서도 반도체 관련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우리 무역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면 결국 1년 내내 부담스럽고, 힘들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반도체 경기의 올해 전망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경기도 그렇지만 구조적으로도 우리 반도체 산업 앞에 까다로운 시험들이 줄줄이 놓여있다. 2023년이 시작되는 지금 우리 반도체가 맞닥뜨린 상황입니다.

<앵커>

그럼 오늘은 크게 2가지 포인트로 봐야겠네요. 경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조적인 건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먼저 그럼 경기 얘기부터 해보죠. 경기 워낙 안 좋을 걸로 예상되잖아요. 영향을 주겠죠, 아무래도.

<기자>

네. 반도체는 경기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라는 품목인데요, 이게 특히 경기를 많이 탑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필수 부품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계들은 주로 주머니 사정이 좋을 때나 바꿉니다.

라면은 돈이 없을 때도 먹지만 스마트폰 같은 건 내가 좀 쪼달릴 때는 웬만하면 좀 더 쓰지 뭐 하게 되죠.

그래서 올해 전 세계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하면 우리 수출을 좌우하는 반도체 경기가 밝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반도체 재고가 많이 쌓여서 가격도 떨어졌습니다. 똑같이 팔아도 덜 남는 상황입니다.

작년 우리 반도체 수출은 연간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로 오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안 좋아졌습니다.

겨울 되면서 2020년보다 거의 30% 가까이 수출액이 줄었습니다. 이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걸로 봅니다.

반도체 업계가 올해 학수고대하는 이벤트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데이터를 주고받는 서버가 필수입니다.

전 세계의 거대한 데이터센터들에서 서버들이 지금도 맹렬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유튜브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PC로 유명한 인텔이 이 전 세계 서버에 들어가는 핵심 장치 CPU 생산의 90%를 차지하고요.

여기에 우리 반도체가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인텔이 새 CPU를 원래 작년에 내기로 했는데 이번 달로 미뤘고요.

그나마 이번 달에 나와도 본격 생산은 하반기는 돼야 합니다.

데이터센터들이 새 제품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해도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불경기까지 계속되면 정작 신제품이 나와도 생각보다 바꾸지 못하는 데들이 많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반도체 시장은 올해 하반기까지도 계속 침울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설명 듣다 보니까 갑자기 인텔이 새 CPU 그걸 좀 빨리 좀 내놨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경기 관련해서 설명은 잘 들었고요. 이제 구조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좀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이게 어떤 이야기인 겁니까?

<기자>

네. 장기적으로는 사실 이게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앞으로도 자꾸 말씀드리게 될 이슈가 될 겁니다.

반도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서요. 지금 세계의 양대 강국, 미국과 중국이 서로 최종적으로 언젠가는 이걸 각자 자급자족해야겠다.

그런데 일단 쟤랑은 같이 못하겠다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서로 상대방을 끼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요새 미국이 중국을 배제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져서 제조에 강점이 있는 우리 반도체 공장들을 미국 땅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파격적인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반도체, 관련 장비, 소재 모두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립니다. 공장도 중국에 많고요.

그래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에 끼다가 중국과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우리 반도체 공장이 해외로 나갈수록 반도체가 파생시키는 그 많은 우리 일자리들은 그만큼 줄어들거나 새로 창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밥을 벌어오는 핵심 첨단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야 하나 2023년은 그 고민이 생각보다 빠르게 당장 결정해야 할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도원빈/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껴 있는 상황이거든요. 반도체 수출 면에서는 중국이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설계·반도체 원천기술, 디자인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보니까, 우리가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국가 편에 서야 하는지 어려움이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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