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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빌라의 주인이 됐다…사기에 휘말린 치매 노숙인

<앵커>

1천 채 넘는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가 숨진 '빌라왕'은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명의를 도용당해 바지사장이 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안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치매 증상이 심해 가족의 돌봄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A 씨.

4년 전까지 노숙생활을 했었는데 2년 전부터 A 씨 앞으로 주택 보유세 고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A 씨 동생 : 아무것도. 빈손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재산세가 날아오는가. 그래서 나는 '사기꾼한테 사기당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가진 거죠.]

가족들이 확인해보니 빌라 2채가 재작년부터 A 씨 앞으로 명의 이전돼 있었습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A 씨를 속여 명의를 누군가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데, 누가 그랬는지를 특정할 수도 없어 2년이 넘도록 바로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A 씨 동생 : '누가 사줘 형님 밥을? 아무 이유 없이' 내가 그랬죠. 그러면 '어디를 갔다 왔느냐?' 하니 동사무소를 갔다고 하더라고요. (안 했다니까…) 인감을 안 떼어줬으면 그 사람이 어떻게 집을 형님 명의로 해놨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댔다가 전세 사기 일당에 명의를 빌려줘 바지사장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20대 청년 B 씨는 "사채를 갚으려다 잠시 명의만 빌려주면 아무 문제 없는 고액 알바라는 조직폭력배 말에 속아 바지사장이 됐고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전세 사기 일당이 명의 제공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금전적으로 취약한 사회초년생이나 장애인, 노숙인, 기초수급자 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명의 대여 시 상환 책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김원배,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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