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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참새'를 마주친 당신, 운이 좋군요…근데 이제 아예 못 볼 수도?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핑크 참새를 봤다는 목격담이 돌고는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철에만 잠깐 볼 수 있는 귀한 손님, '양진이'입니다.

'수목원 갔다가 분홍색 참새를 봤다, 오물오물 열매 먹는 게 귀엽다'는 등 온라인에서는 핑크 참새를 봤다는 목격담이 돌고는 합니다.

이 분홍 참새의 정체는 '양진이'입니다.

색을 제외하고는 참새와 매우 비슷하지만 사실 양진이와 참새는 엄연히 다른 조류입니다.

[남현영/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후연구원 : 사촌보다는 조금 멀고요, 한 육촌 정도 됩니다.]

우리가 아는 참새는 참새목 참새과 참새속, 핑크 참새 양진이는 참새목 되새과 양진이속입니다.

이 되새과 중에서도 '양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들만이 분홍 깃털을 가지고 있죠.

만약 이 분홍 참새를 우연히 마주쳤다면 여러분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양진이는 시베리아 동부나 북극 근처 같은 추운 지역에서 번식하는데 겨울이 되면 이 지역은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추워지기 때문에 비교적 살만한 우리나라로 겨울을 나러오고는 합니다.

또 이 짧은 기간동안 인적이 드문 숲 속에서만 지내서 양진이를 마주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죠.

그런데, 왜 하필 천적 눈에 잘 띄어 생존에 불리해 보이는 이 분홍색을 선택했을까요.

양진이 중에서도 이렇게 진한 분홍털을 소유한 녀석은 '수컷'입니다.

암컷은 적갈색을 띠고 있죠.

수컷 양진이의 깃털이 핑크색일 수 있는 이유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 덕분입니다.

이 색소는 양진이가 좋아하는 먹이인 나무 열매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남현영/서울대 연구원 :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몸에서 자체적으로 합성을 할 수가 없고 먹이 안에 들어있는 카로티노이드를 몸속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그 새가 얼마나 좋은 먹이를 먹는지 먹이를 많이 먹었는지에 따라서 그 깃털색에서 나타나는 화려한 색깔의 정도가 다르게 보입니다. 미국에 서식하는 양진이속의 조류에서 연구가 많이 진행이 되었는데 암컷들은 수컷의 깃털색이 좀 더 선명한 선명한 색일수록 자기 자신의 짝으로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양진이들은 천적에게 사냥당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종족번식을 위해 멋을 뽐내는 삶을 사는 거죠.

그런데 멀지 않은 미래에 이 귀여운 양진이를 한국에서는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활발한 도시화로 인해 숲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현영/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후연구원 : 그리고 기후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 우리나라보다 더 위쪽 위도에서도 겨울철에 버틸만한 기온이 되기 때문에 (양진이가) 굳이 우리나라까지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의 추운 겨울을 발그래한 분홍빛으로 밝혀주는 양진이 단순히 예쁜 새로 바라보기보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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