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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아바타2' vs '영웅', 가심비를 따져봤습니다

이번 주말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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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vs. 제임스 카메론

한미 흥행 감독의 맞대결은 싱거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개봉 2주 만에 전국 600만 명을 돌파한 '아바타: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개봉 일주일간 96만 명을 모은 '영웅'을 가볍게 제쳤다.

스스로를 '세상의 왕'("I'm the king of the world!"→ 1997년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수상 소감)이라 칭했던 제임스 카메론은 13년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또 한 번 3D 영화를 앞세워 국내 박스오피스는 물론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두 편의 천만 흥행을 이뤄낸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 영화로 8년 만에 관객과 만났지만, 고전 중이다.

소비자의 소비 행위에서 '가성비'만큼 중요한 게 '가심비'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것이 '가성비'라면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영화 관람료가 무려 세 차례나 오르면서 '가심비'를 따지는 관객은 더욱 많아졌다.

올 연말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이라면 현재 박스오피스 1, 2위작인 '아바타2'와 '영웅'을 두고 가심비를 따지게 될 것이다. '아바타2'의 제작비는 3억 5천만 달러(한화 약 4,500억 원), '영웅'의 제작비는 140억 원이다. 물론 제작비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조건은 아니다. 그저 관객은 '더 재밌을 것 같은 영화', '더 만족스러울 것 같은 영화'를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택할 뿐이다.

'아바타2'가 '영웅'을 흥행 성적 면에서 5배 이상 앞서고 있지만, 관객이 내리는 만족도 평가는 다를 수 있다. 현재 국내 극장가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는 두 영화의 가심비를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 측면에서 따져봤다. 각각의 요소는 수치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에 관객들의 호불호 평가를 종합했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아바타2', 눈의 호사 vs. 진부한 가족극


‘아바타2’는 개봉 2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7일 만에 300만, 11만에 400만 관객, 12일 만에 500만, 14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극장으로 향한다는 성탄절 연휴 기간(12월 24~25일)에만 전국 157만 6,141명을 모으며 절정에 달하는 흥행 화력을 과시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13년 만에 내놓은 속편에서 한층 진화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감독이 설계한 '아바타2'의 상영 포맷은 화면비율 1.85 : 1, 4K, HFR, HDR, 3D이다. 많은 장면을 하이프레임레이트(High Frame Rate, 종전 영화의 두 배인 1초당 48프레임으로 촬영되는 기법), 하이다이내믹레인지(High Dynamic Range, 생생한 화면을 구현하는 디지털 화상 처리 기법) 기술을 적용해 촬영했다. 그 결과 3D 영화 속 캐릭터들의 동작은 더욱 자연스럽고, 명암은 더욱 또렷해졌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려면 기본 관람료 15,000원+a의 비용이 든다. 최적의 상영관으로 꼽히는 곳은 언론시사회를 열었던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코돌비)와 CGV 용산 아이맥스 3D(용아맥)이다. 관람료는 각각 24,000원과 26,000원이다. 두 관은 개봉 초기 10만 원에 육박하는 암표가 인터넷상에서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HFR와 HDR 기술을 지원하지 않은 일반 3D 관은 17,000원이다.

'아바타2'는 개봉 후 2주간 매출(740억 원) 중 절반 이상을 특수관에서 벌어들였다. 이 작품은 수동적인 감상 행위를 넘어 능동적인 체험을 제안한다. 때문에 이 작품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예매 전쟁을 거쳐야 하더라도 특수관을 선택했다. 그 노력은 눈의 호사로 보상된다. 멀티플렉스 3사의 실관람객 반응도 뜨겁다. CGV 에그지수 96%,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5, 메가박스 관람객 평점 9.4점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 3D 기술과 시각특수효과에 압도적인 만족감을 보이며 "눈이 즐거웠다"라고 호평했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다만 스토리 측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인간의 몸과 아바타를 오가는 제이크를 통해 존재론적 질문까지 던졌던 전편에 비하면 2편은 진부한 가족극에 머물고 말았다는 비판도 적잖다. 

1편이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2편은 가정을 이룬 설리와 네이티리 그리고 그의 아이들을 통해 가족애를 부각했다. 아바타로 부활한 쿼리치 대령의 공격을 피해 판도라를 떠난 제이크 가족은 바다를 젖줄 삼아 사는 멧케이나 부족에 신세를 지게 된다. 하루아침에 이민자가 된 제이크 가족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무리에서 겉돌기도 하고, 외모의 다름으로 인해 차별과 박해를 당하기도 한다.

또한 제이크의 아들인 로아크의 방황과 양녀 키리의 내적 고뇌 등도 다루며 갈등과 화해를 통한 가족의 성장을 그린다. 보편적인 가족 서사를 바탕으로 했기에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세대별 관객을 아우르는 공감 지수는 높았지만 3시간이 넘는 대작 영화의 스토리 라인으로는 다소 평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시리즈물에서 속편은 진화한 볼거리와 확장된 이야기라는 관객의 기대치와 싸워야 한다. 그러나 4,500억 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가 보편성이 아닌 특수성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2'에 대해 "평범한 나비족이 자신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직면해야 하는 현재의 문제"라며 "은하계의 신과 싸우는 슈퍼히어로 무비와는 다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바타2'가 가족과 관계라는 보편적인 주제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거장으로는 드물게 연출 뿐 아니라 각본까지 직접 쓰고 있는 감독이다. 각본가로서의 카메론은 전에 본 적 없는 이야기를 쓰는 독창성 보다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영웅', 뮤지컬 영화로는 합격점 vs. 시네마로서의 아쉬움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웅'은 2009년 초연돼 "최고의 창작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받은 동명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렸다.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으로 활약했던 정성화가 다시 한번 타이틀롤을 맡았고 김고은과 나문희, 박진주, 조재윤, 배정남 등이 새롭게 캐스팅됐다.

뮤지컬 영화의 특성상 스크린의 크기나 선명도보다는 사운드가 중요하다. 최적의 극장은 사운드 특화관인 돌비애트모스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대부분의 돌비애트모스관은 '아바타:물의 길'이 점령하고 있다. 2D관 기준 '영웅'의 기본 관람료는 15,000원이다. 개봉 2주 차에 접어든 현재 멀티플렉스 3사의 실관람객 평가는 CGV 에그지수 94%,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4, 메가박스 관람객 평점 9점을 기록하고 있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절반의 익숙함과 절반의 새로움'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즉, 뮤지컬의 큰 틀을 유지하되 캐릭터를 보다 입체화하고, 장면에 살을 붙여 영화적인 볼거리와 극적인 감동을 배가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이제껏 만들어진 한국의 뮤지컬 영화 중 만듦새는 가장 좋다.

특히 연기와 노래가 겉도는 종전 한국 뮤지컬 영화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 라이브 녹음을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 배우들은 후시녹음을 염두에 두고 싱크만 맞추는 수준의 읊조림이 아닌 실제 공연처럼 모든 장면에서 노래를 직접 불렀다.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노래를 부르기에 표정과 감정이 풍성하게 살아났다.

하지만 '시네마'로서의 매력은 아쉬움이 남는다. 뮤지컬 구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영웅'은 뮤지컬 넘버 31곡 중 16곡을 사용했고, 음악에 맞춰 신을 구성했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비장미 넘치는 출정식인 '단지동맹'을 시작으로 설희의 투신을 예고한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재판장에 선 안중근이 이토와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누가 죄인인가', 아들을 향한 애끓는 마음을 담은 조마리아 여사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독립운동의 당위와 대한독립의 꿈을 부르짖은 '장부가'로 이어지는 뮤지컬의 핵심 장면들이 스크린에 되살아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만두신'으로 불리는 '배고픈 청춘이여'와 같은 코미디 넘버도 그대로 들어갔다. 뮤지컬 구성상으로는 환기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면이지만 영화에서는 감동을 깨는 찬물처럼 여기는 관객들이 적잖았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은 '영웅'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감독의 무리한 개그 욕심을 꼽았다.

뮤지컬은 라이브 공연 특성상 음악이 주는 감동이 압도적으로 크다. 그러나 이야기를 쌓아 말하고자 하는 주제로 연결하고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에서는 서사의 일관된 흐름과 톤이 더 중요하다. 

스프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웅'에는 뜨거운 감동을 견인하는 두 명의 배우가 존재한다. '안중근의 재림'이라 불리는 정성화의 흔들림 없는 연기와 독립군 대장의 위대한 어머니를 연기한 나문희는 이 영화의 강력한 한 방이다. 정성화가 부르는 '누가 죄인인가'와 '장부가'는 그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이들을 역사의 현장으로 단숨에 안내한다. 

나문희가 연기한 조마리아 여사는 "나라를 위해 떳떳하게 죽어라"라고 일제의 사형 선고에 대한 항소를 포기시킨 뒤 아들의 배냇저고리를 품에 안고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목놓아 부른다.이때 나문희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이별의 두려움을 매끈한 가창력이 아닌 흐느낌으로 표현한다. 이 장면에서 눈물을 참기란 쉽지 않다.

'영웅'의 가심비는 정성화에서 시작해 나문희로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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