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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새해에는 마음 아프지만, '무지출 챌린지'를 권해드립니다.

쌓이는 재고와 세일의 함수, 우리의 대응 방법은?

거리두기 영향 식품비 지출 늘고, 줄어든 외식비
1. 이제 새해입니다. 다들 원하는 일들 잘 풀어가는 한 해가 되시길 바라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 계획 생각해 보실 땐데요. 작게나마 도움 되시라고 경제 관련 예언 겸 조언 하나 얹어봅니다. 새해에는, 최소한 봄이 될 때까지는 일단 '무지출 챌린지'를 하시라고 말이죠. 최대한 소비를 줄일 때라는 뜻입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우선 돈을 아껴둬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앞으로 갈수록 같은 물건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서 그렇습니다.


2. 미국 상황을 먼저 보는 게 이해를 도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연말연시에 사람들이 돈을 정말 많이 씁니다.

출처 : 미국 소매업 협회올해 이 기간 동안 미국인들은 9천4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천 2백조 원을 소비한 걸로 예측이 됩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니까요, 불경기 아니네,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자료 : 미국 통계청그런데 사실은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위에 그래프를 보시죠. 미국 유통업체가 가지고 있는 재고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우리 돈 930조 원어치를 떠안고 있습니다. 역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 의류 매장마다 작년보다 재고가 25% 이상 더 쌓여 있습니다. 미국은 유통업체들이 사전에 물건을 사들인 다음에 파는 형태라서 유통업체들 입장에선 비상이 걸린 겁니다. 내년에 경기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는데, "연말 대목에 저 재고들을 최대한 처리해야겠다" 마음먹는 상황이 된 겁니다.

가장 생각하기 쉬운 방법은 물건을 싸게 파는 거죠. 대표적인 게 가전제품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가전제품들이 수요가 늘어서, 유통업체들도 재고를 많이 쌓아놨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나니까, 이게 애물단지가 된 겁니다. 작년 사이버먼데이 때는 가전제품 값을 평균 8%만 할인을 해줬었는데, 올해는 그래서 25% 할인, 거의 떨이 판매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소비자 지출도 둔화이걸로도 안 돼서, 유통업체들은 또 하나 새로운 방법을 밀어붙였습니다. 물건은 지금 가져가고 돈은 나중에 받는, 외상 판매를 확 늘린 겁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 전체 유통업 소비의 10% 이상이 외상 판매였습니다. 미국 사람들 저축을 잘 안 하는 거 다 아시죠. 신용카드 쓰는 사람 중에 28%가 돈을 떼어먹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외상은 유통업체 입장에선 정말 위험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재고를 안고 죽느니, 일단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나중에 보채 보겠다는 전략까지 꺼내 든 겁니다.

그래서 반짝 매출은 늘었는데, 재고를 생각만큼 못 줄인 곳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운동용품 회사 나이키는 9-11월 사이에 미국에서 작년보다 매출이 30%가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일, 또 세일, 그리고 세일, 할인판매를 이어간 효과였습니다. 그래서 주가도 올랐죠. 그런데 문제는 재고가 여전히 작년보다 40% 이상 많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팔아도 팔아도 줄지를 않습니다.


3. 남의 나라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결국 우리 경제에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 수출업체들부터 타격입니다. 미국 유통회사들은 가전제품, 의류, 생활소비재부터 발주를 줄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적어도 1년은 이어질 것 같다고 말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가전, 생활용품 회사에, 반도체, 자동차 등등 우리 수출업체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당장 우리 제조업체들 재고율도 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탭니다. 제조업 재고율은 보통 100 정도에서 머물러 왔습니다. 보통 한 달 파는 양만큼 재고를 지켜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11월 재고율이 127.6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치냐면, 1998년 IMF 때 수준입니다. 동네 가게들을 포함해서 소매 도매상들도 안 좋습니다. 역시 역대 최고 수준 재고를 안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고가 쌓여서 풀리지 않으면 주문이 안 들어올 것이고, 기업들은 돈을 못 벌게 됩니다. 그러면 공장을 적게 돌려서 생산을 줄여나가야 하고, 이걸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결국 사람을 줄여야 합니다.


4. 우리도 미국처럼 언젠가는 대규모 세일에 세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형태가 미국하고는 많이 다를 거란 점입니다. 앞에서도 설명을 드렸지만 미국 유통회사들은 물건을 직접 사들여서 유통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책임지는데, 그만큼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빠르게 판단을 내립니다. 대표적으로 1위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나 3위 백화점 업체인 타겟 등등은 이미 초여름 6월부터 재고 할인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뉴스를 보고 좀 이르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제가 완전히 틀렸습니다. 본인들 살길에 누구보다 촉을 곤두세우는 업체들이라서 그런지, 선견지명이 통했고 두 업체는 재고를 비교적 꽤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유통업체가 '시장 전문가' 역할을 하면 제조업체들도 좀 편해집니다. 유통업체가 주문을 서서히 줄이면서 경제 한파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건 기본입니다. 생존 방법도 함께 논의를 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미국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들에게 "포장을 지금보다 꽤 작게 해서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큰 포장보다는 작은 포장이 더 잘 팔릴 것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통업은 상황이 많이 다르죠. 대형 유통업체들이 사실상 매장 임대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건을 직접 사서 파는 대신, 매장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재고 부담은 대부분 각 제조업체들이 지고요. 그러면 각자가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을 해야 하는데, 제품 개발해서 마케팅하기도 버거운 작은 회사들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좋다 나쁘다를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서 만에 하나, 새해에 우리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지 못하고 크게 삐끗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 방어막 없는 제조회사들이 꽤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뭐 안 좋을 때 여기저기에 '눈물의 땡처리' 현수막 붙는 거 본 경험들 있으시죠? 생사 갈림길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이어지면서 그런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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