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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기후변화 이후를 대비하는 핵융합 에너지

By 사빈 호센펠더(뉴욕타임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이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점화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핵융합 점화가 성공했다는 건 점화로 생성된 융합 에너지가 점화에 들인 에너지보다 컸다는 뜻이다.
 
*사빈 호센펠더 박사는 물리학자이자 작가다. 유튜브 채널 “쉬운 용어로 알아보는 과학”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월 5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내 국립점화시절(NIF, National Ignition Facility) 연구진이 호박씨 정도 크기의 금속 캡슐에 192개의 레이저를 동시에 쏴 핵융합 점화를 일으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강력한 레이저를 냉각된 수소 핵에 쏘면 수소 내부 온도가 순간적으로 태양의 중심보다 뜨거울 정도로 급격히 오르면서 수소 원자의 핵들이 서로 융합하는 반응이 일어나는 실험이었다.

과학자들은 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들인 에너지와 융합의 결과로 산출된 에너지를 비교해 실험의 성패를 평가한다. 이번 실험에서 국립점화시설 연구진은 2.05메가줄의 에너지를 들여 3.15메가줄의 에너지를 얻었다. 통제된 실험실이었지만, 레이저가 수소의 핵에너지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입증됐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뉴욕주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실험 결과에 큰 기대를 보였다.

“이번 실험에서 확인된 놀라운 과학적 진일보 덕분에 우리는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더 깨끗한 융합 에너지를 이용하는 미래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한 융합 에너지를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를 이용한 점화 방식이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험실 밖에서는) 300메가줄 정도의 에너지가 점화에 필요한데, 이는 평균적인 미국 가정에서 사흘 동안 쓰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상용화를 고려하려면 선결 조건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에너지 효율성이 훨씬 더 개선되어야 하고, 핵융합 반응이 아주 빠르게 쉼 없이 일어나야 하며, 핵융합 반응 장치도 저렴한 비용으로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핵융합 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는 건 몇십 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핵융합 에너지 연구가 기후변화에 과연 좋은 소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텍사스 공과대학의 기후과학자 캐서린 헤이호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이미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80%를 화석 연료를 쓰지 않는 탈탄소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헤이호 교수는 설명했다.

실험실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증명해봤자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즉, 탄소 배출을 줄이지도 못하고, 이미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거나 그 피해를 줄이는 데도 당장 소용이 없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을 가능한 한 최소로 줄이는 탄소 중립이라는 지금의 목표 너머를 함께 고려할 필요도 있다.

이번 실험 결과에 발맞춰 핵융합 에너지 개발과 연구에 투자를 늘리면 결국, 미래 세대의 삶을 우리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풍력 에너지나 태양 에너지는 아주 넓은 땅에 터빈이나 태양 전지판 등 거대한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해안가의 바람을 이용하는 경우 땅은 필요 없지만, 시설을 짓고 유지하는 데는 마찬가지로 상당한 초기 비용이 든다. 게다가 태양이나 바람은 지구상의 모든 곳에 균등하게 내리쬐고 불지 않는다. 대체로 미국보다 위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겨울에 해가 훨씬 짧다. 섬이나 바닷가가 많지 않아 풍력 발전에 적합한 지역을 찾기도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더 어렵다.

핵융합을 포함한 핵에너지를 개발하면, 좁은 공간에서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 지구상에 땅은 한정돼 있는데, 사람은 점점 많아지면서 우리 앞에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식의 접근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시도해볼 만하다.
 
핵융합 발전은 적어도 지금 기술로는 너무 비싼 방식이다. 국립점화시설에서 지금껏 쓴 비용만 35억 달러나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비슷한 프로젝트에는 200억 달러 넘는 돈이 들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핵융합 발전에 관심을 보인 민간 부문 투자자들이 있다. 이번에 국립점화시설에서 실험에 성공한 덕분에 민간과 공적 영역에서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BBC 기자인 리처드 블랙은 아무리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핵융합 발전에 지금처럼 비용이 많이 들면 이 방법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될 때쯤이면 이미 많은 나라에서 화석연료 없이도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거나 충당하고 있을 것이다. 깨끗하고 값도 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한 지 15년 지난 뒤에 난데없이 깨끗하긴 해도 아주 비싼 핵융합 에너지를 쓸 이유는 없다.”

물론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할 수 있을 때 이미 경제 대부분을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게 될 거라는 전망이 틀릴 수도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는 에너지 저장 용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저장 용량으로는 이 에너지원에 기대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또한, 많은 나라가 핵분열 방식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핵분열 발전은 오늘날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많이 쓰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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