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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찰위성 요격 가능' SM-3 도입 절차 착수…"정조대왕함부터 무장"

지난 7월 진수된 정조대왕함. 정조대왕함의 이지스 전투체계는 SM-3 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

내년 국방예산이 올해보다 4.4% 증가한 57조 143억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수백억 원 상당의 사업이 즐비한 가운데 중형 국산차 가격인 4,400만 원 짜리 소액 사업 하나가 눈에 띕니다. 광개토-Ⅲ 배치-Ⅱ 사업 중 SM-3 유도탄 도입 관련 실태조사비입니다.

광개토-Ⅲ 배치-Ⅱ는 지난 7월 진수된 정조대왕함을 선도함으로 하는 신형 이지스 구축함입니다. 이 함정들을 SM-3 유도탄으로 무장하기 위한 실태조사 예산이 이번에 책정된 것입니다. SM-3는 요격 고도가 70~500km에 달하는 중간단계 요격 체계입니다. 사드(THAAD)나 패트리엇보다 훨씬 위에서 적 미사일을 잡아낼 뿐 아니라 정찰위성도 때릴 수 있습니다.

워낙 비싸서 SM-3 유도탄을 도입하느냐 마느냐 논란도 있었는데 소액이지만 첫 예산이 편성된 만큼 도입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 여야 국방위원들도 SM-3 도입에 우호적입니다.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 같습니다.
 

마침내 반영된 SM-3 예산

지난 7월 진수된 국산 신형 구축함 정조대왕함의 이지스 전투체계는 최고 요격 고도 500km의 SM-3 유도탄과 최고 요격 고도 35km의 SM-6 유도탄을 모두 발사할 수 있습니다. 군의 선택은 성능은 떨어져도 상대적으로 값 싼 SM-6 유도탄이었습니다. 일찍이 내년 예산 9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정조대왕함 등 신형 이지스함을 SM-3 유도탄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군 내부, 정치권, 학계 등에서 "종말단계에서만 요격할 기회가 있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을 중간단계 요격도 가능하도록 확장해야 하고 대안은 SM-3뿐"이라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타당한 주장이어서 국회는 내년 예산에 광개토-Ⅲ 배치-Ⅱ SM-3 유도탄 도입 관련 실태조사비 4,400만 원을 편성했습니다.

SM-3는 미국과 일본에서 운용 중이어서 성능 파악이 쉽고 딱히 경쟁 유도탄도 없습니다. 그래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실태조사가 간단해 예산도 소액만 책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가 도입에 적극적인 편이라 실태조사는 순항할 전망입니다. 국회 국방위의 터줏대감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지상 고정형인 사드와 달리 SM-3는 함정에 장착해 360도를 방어할 수 있다", "상시적으로 북쪽을 겨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북한, 중국이 시비 걸 일도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미 해군 구축함 레이그 이리에서 SM-3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

몇 발만 있어도 든든

시작은 쌈짓돈이지만 본 사업으로 가면 천문학적 액수가 들 수도 있습니다. SM-3 유도탄 한 발에 250억 원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발만 있어도 평시 억지력과 전시 방어력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큰 돈 안 들여도 된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남쪽으로 쏘는 미사일은 대부분 단거리입니다. 최고 고도가 50km 미만인 경우가 많고, 높아도 100km는 안됩니다. 반면 SM-3의 요격 고도는 75km 이상입니다. SM-3가 걸러낼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군은 초고가의 SM-3 유도탄을 다량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꼭 쓸 데가 있습니다. 북한이 내년 4월까지 정찰위성을 올린다고 했는데, SM-3는 정찰위성을 잡을 수 있는 고고도 요격체계입니다. 북한 정찰위성이 제 성능을 내면 북한의 공격력은 배가됩니다. 북한도 함정 등 이동표적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군의 핵심 관계자는 "유사시 북한 정찰위성을 요격하면 북한은 다시 눈을 잃게 되고 우리 함정들은 온전해진다", "SM-3 유도탄이 비싸지만 적정량을 도입하면 가성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는 이번 국방예산에 "광개토-Ⅲ 배치-Ⅰ 성능개량 사업의 착수 준비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부대의견도 달았습니다. 미사일 요격이 불가능한 SM-2만 운용할 수 있는 세종대왕함 등 기존 이지스함의 전투체계도 SM-3용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을 주문한 것입니다. 국회가 광개토-Ⅲ의 배치-Ⅰ, 배치-Ⅱ에 동시다발로 SM-3를 다그치니 미국이 수출 승인만 내주면 SM-3 유도탄 도입 사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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