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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세사기? 몰랐다"…명의만 넘긴 '바지사장' 정체

<앵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전세 사기,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전세 사기는 주로 브로커들이 신축 빌라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전세금을 받아서 차익을 챙긴 다음에 그 명의는 이른바 바지사장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최근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져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이 1천 채가 넘는 빌라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돈 한 푼 없이 자신의 명의만 주면 됐기 때문입니다. 전세 사기의 중간 고리 역할을 하는 이른바 바지사장들은 누군지, 저희가 한번 추적해봤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에 있는 한 소형 아파트입니다.

이곳에는 주택 22채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8채는 26살 김 모 씨가 20억 넘는 돈을 내고 매입한 걸로 나옵니다.

김 씨를 포함해 20대 소유주자만 4명.

이들은 이곳에서만 주택 19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대출도 없이 이 주택들을 구입할 수 있었는지 제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김 씨 소유 주택이 전세 매물로 나온 부동산 중개소.

중개인은 가계약 얘기부터 꺼냅니다.

[부동산 중개인 : 오늘 가능하시면 일단은 가계약 금액을 먼저 200만 원으로 입금을 하시고….]

집주인을 먼저 만나겠다고 하자 그제야 해외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부동산 중개인 : 현재 임대인분께서는 지금 해외 거주 중이셔서 어머님이 대리인으로 오실 거예요.]

과연 김 씨는 해외에 있을까.

등기부 등본에 나온 김 씨의 주소지를 가보니 인근의 작은 빌라였습니다.

우편함에는 각종 청구서가 꽂혀 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여기 (사람이) 안 계신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

취재 결과 김 씨는 불법 동영상촬영 범죄로 구속 수감돼 있었고, 전세 사기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20대 집주인들은 돈 한 푼 없이 명의만 내주고 전세 보증금을 떠안으면서 주택을 매입한 이른바 '바지사장'들이었습니다.

이들은 "2년 뒤 시세 차익을 보고 빠지면 된다"는 브로커들의 얘기에, 기꺼이 명의를 내줬다고 말합니다.

[A 씨/20대 소유주 : (돈도 안 줬는데 '어떻게 이게 내 명의가 돼'라고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소유라기보다는 나중에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면 솔직히 저도 할 말은 없겠지만 저는 이게 전세 사기가 되는 것도 몰랐어요.]

바지사장 중 일부는 자신의 명의로 된 주택을 이용해 전세대출 사기까지 벌이다가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습니다.

[B 씨/20대 소유주 : 중간에 브로커가 껴 있어서. 세입자가 있지만 없다고 공실로 해서 세입자인 척하는 사람이 대출을 받아 쓰는 거죠. (실제 대출은 얼마가 나왔어요?) 2억… 2억이요. 처음에는 저도 안 했거든요. (나중에는) 돈이 좀 필요하더라고요, 저도.]

업계에서는 통상 브로커들이 바지사장에게 빌라 한 채당 300만 원 내외의 뒷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단속 강화로 명의 제공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장애인이나 기초수급자 등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바지사장으로 내세우는 일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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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안상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바지사장도 처벌받나?

[안상우 기자 : 전세 사기 브로커들과 적극적으로 공모를 했든 아니면 꾀임에 넘어갔든, 사기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 전세금 반환 보증 보험을 해 주는 기관들이 대위변제한 보증금을 청구하는 대상들도 바로 이 바지사장들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순간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Q. 전세 사기 단속, 사각지대는?

[안상우 기자 : 지금 현재는 '갭투자' 방식이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보니까 이런 나쁜  집주인들을 미리 걸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만난 20대 바지사장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주택들의 명의를 이전받는 동안 감독기관으로부터 어떠한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래서 앞으로는 보증기관의 심사 강화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Q. 전세 사기 예방책은?

[안상우 기자 : 악성 임대인의 정보를 미리 공시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나, 아니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임차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 등이 있기는 있지만, 아직 국회 통과 전입니다. 그래서 세입자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요. 먼저 세를 들어가려는 집이 신축이라서 거래 내역이 없거나 아니면 등본 상 나오는 '거래가액'과 집주인이 요구하는 전세보증금 액수가 같다면 일단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들어가려면 집뿐만 아니라 그 해당 건물 전체의 등기부등본을 떼봐서 집주인이 갭투자 방식으로 다른 집들도 소유하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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