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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밀려…마지막 성탄절 보내는 스페인 '장난감 병원'

스마트폰에 밀려…마지막 성탄절 보내는 스페인 '장난감 병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가 전통적인 장난감을 대체하면서 스페인에서 2대에 걸쳐 반 세기 동안 운영된 장난감 수리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가업을 물려받아 지난 50년간 '장난감 병원'을 운영해온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리바스 씨(70)는 올해 마지막 날인 이달 31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장난감 병원'은 집에서 가지고 놀던 곰 인형부터 보드게임, 원격으로 제어하는 자동차 모형 등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이 고장 났을 때 고객들이 찾는 장난감 수리점입니다.

리바스의 '병원'에는 스페인,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과 심지어 우루과이에서 온 장난감들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빼곡히 쌓여있습니다.

이 병원의 '원장'인 리바스는 의사처럼 새하얀 가운을 입고 '수술대'에서 장난감들을 고쳐왔습니다.

리바스의 '수술대' (사진=AFP, 연합뉴스)

리바스의 아버지는 1945년 마드리드에서 수제 장난감 가게를 열었는데, 1950∼1960년대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이 대량 생산되자 수제 장난감 판매를 중단하고 장난감 수리점으로 업종을 변경했습니다.

리바스는 십대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장난감을 수리하는 법을 배우다가 1970년대에 작업장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장난감 병원'을 운영 해왔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일흔이 된 그는 암 투병에 전념하기 위해 '병원'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리바스는 고객들이 대부분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것에 향수를 느끼는 어른들"이라면서 장난감은 고객들에게 추억이자 어린 시절 그 자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부 고객은 장난감을 변형하지 말라고 한다"며 "만일 장난감에 새로운 재료를 넣어야 한다면, 원래 있던 것은 놔둔 채로 추가해달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그 장난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일 고장난 인형을 들고 '장난감 병원을 찾은 손님 (사진=AFP, 연합뉴스)

실제로 이 '장난감 병원'에는 추억이 담긴 장난감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지난 20일 배를 누르면 '끽끽' 소리를 내는 원숭이 인형을 들고 리바스를 찾은 데이비드 히노잘(40)은 "몇 년 전 장모님께 원숭이 인형을 선물했는데, 이 인형이 너무 좋아서 장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보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장난감 병원이 문을 닫아 유감"이라며 "병원 덕분에 장난감을 다시 고쳐서 쓸 수 있어 계속 구매하지 않아도 됐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장난감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먼 걸음을 한 손님도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왔다는 훌리아 페르난데스(60)는 장난감 병원에서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것과 비슷한 영사기와 종이로 만들 말 인형을 찾았다며 "이것은 진정한 예술이다. 우리는 향수와 슬픔을 느끼며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자기기가 새로운 장난감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적인 장난감의 인기가 꺾인 지 오래입니다.

리바스는 "이제 사람들은 모두 태블릿과 휴대전화, 비디오 게임기를 가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가업을 이을 사람도 없습니다.

리바스의 세 자녀 중 아무도 장난감 병원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리바스 밑에서 장난감을 수리하는 법을 배운 수련공들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떠났습니다.

리바스는 "하루에 10∼12시간을 일하고 시간당 겨우 8∼10유로 우리 돈 약 1만 800∼1만 3천600원을 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애정을 쏟은 가게를 폐업하는 데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친구가 된 손님들이 너무 많아 아주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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