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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 하나에 발 걸친 채 작업하다 추락…죽어야 바뀌나"

환경미화원들 추락사고, 반복되는 원인은

<앵커>

환경미화원들이 작업 차량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빈번하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안전장치는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현장 취재한 내용부터 전해드립니다.

김형래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하는 하청업체 청소 노동자 A 씨.

지난해 6월 작업 도중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차량 위까지 쌓인 스티로폼 박스를 고무줄로 고정하는 작업을 하다가 낡은 밧줄이 끊어지면서 3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양 손목이 모두 부러졌고 6주 치료 후에도 장애가 남았습니다.

A 씨는 회사가 덮개가 있어 폐기물을 고정할 필요가 없는 전용차가 아닌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을 개조한 차량을 운영했다고 주장합니다.

[A 씨 : 당장에 지금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사실 진짜로 사람이 떨어져서 죽어봐야지 아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평일 야간에 이 차량의 작업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봤습니다.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얇은 철봉 하나에 발을 걸친 채 쓰레기를 내려놓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미화원 : 이걸 올려 가지고 위에서 막 작업해서 그다음에 이렇게 담는 거예요. (위험해 보이던데요?) 위험하죠.]

업체 측은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에서 수거장치만 제거한 것으로 불법 개조는 전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청소 대행업체 관계자 : 이거 고무로 해놔도 다칠 사람은 다치고요. 공식적으로 합법적으로 특장이 돼 있는 차예요. 구청의 청소 대행업을 하면서 (불법 개조를) 할 수가 없어요.]

원청인 강남구청 역시 청소차량의 세부 형태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VJ : 김종갑·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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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형래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환경미화원 추락사고, 얼마나 빈번한가?

[김형래 기자 : 이번 제보를 계기로 환경미화원들의 추락사고 현황을 확인해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떨어짐 사고로 산재를 신청한 미화원이 507명, 연 평균 84.5명입니다. 그러니까 4~5일마다 한 명씩, 환경미화원이 차량 등에서 떨어져 다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Q. 떨어짐 사고 반복되는 원인은?

[김형래 기자 :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사회 '위험의 외주화'의 또 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 제보해준 A 씨 이야기로는 단 3명이서 8시간 동안 100km 정도를 오가면서 재활용 쓰레기 3톤 이상을 치운다고 합니다. 이렇게 숨 가쁘게 이어지는 일정이다 보니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담당 지자체 규정을 보면 인명 사고가 나더라도 처벌이 1차는 경고, 2차는 위약금 1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청소 대행업체 관계자 : 저희도 안 치우면 아침에 구청에서 순찰관이 도는데, 똑바로 안 했느냐, ○○기업 왜 안 했느냐고. 그런 소리 듣기 싫으니까 하나라도 더 실으려고 이 사람들은 하는 거죠.]

[김형래 기자 : 또 환경부도 낙상사고가 자꾸 반복되니까 덮개를 열고 다니지 말고, 장기적으로는 재활용품 전용 차량을 도입하라는 가이드라인 만들었는데,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라 강제성이 없습니다. 결국 하청업체를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실정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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