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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살래요" "방 빼세요"…대법, 새 집주인 손들어줬다

<앵커>

주택 임대차보호법 관련해 여러 갈등이 이어졌는데, 이른바 '전세 낀 집'을 산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려 하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습니다. 그동안 판결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적지 않았는데 기준이 제시된 겁니다. 

박찬근 기자의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세입자 A 씨는 지난 2020년 10월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이미 B 라는 인물에게 아파트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습니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새 집주인 B 씨는 실거주하겠다며 A 씨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세입자 A 씨는 집을 비워주지 않았고, B 씨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한 차례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실거주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청구했을 때 소유권을 넘겨받은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나가라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 겁니다.

1, 2심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기존 집주인의 아파트 매도는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에 해당한다며 새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새 집주인은 갱신 청구 당시 소유자가 아니어서 거절할 수 없다고 세입자 편에 섰습니다.

대법원은 1심처럼 새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소유권을 넘겨받으면서 기존 집주인의 갱신 거절권도 물려받았다고 해석한 겁니다.

[이현복/대법원 공보담당 재판연구관 : (매매계약 전)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거절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 판결에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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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찬근 기자와 얘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전월세 계약, 어떤 점 달라지나?

[박찬근 기자 : 2020년 7월에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이 되면서 세입자가 있는 집을 샀을 때 곧바로 실거주를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혼란이 있었습니다.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 청구를 한 상황이라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던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9월 새 집주인은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정작 법원에서는 재판부마다 판단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결국 오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앞으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계약 만료 두 달 전까지라면 새 집주인의 실거주에 문제는 없을 걸로 보입니다. 제가 오늘 국토부에 직접 물어봤더니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수정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Q. 계약 갱신 청구 때 확인해야 할 것은?

[박찬근 기자 : 그동안 적지 않은 세입자들이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기만 하면 설사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새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도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새 집주인이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계약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로 명확히 있기 때문에 기존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새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세입자는 그대로 계약을 연장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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