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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해자인가? 특혜 미수자인가? 디스커버리 VIP 투자자들

장하원의 '디스커버리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는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킨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디스커버리 펀드의 특징은 재간접 펀드라는 점입니다.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가 투자금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다른 펀드에 재투자하는 형식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돈은 미국 자산운용사 DLI로 넘어갔는데, 이 돈이 미국에서 동결되면서 덩달아 국내에서도 환매 중단 사태를 맞게 됐습니다. 결국 디스커버리 펀드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국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한 지 2년 만인 2019년에 중단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잠정 집계한 결과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액수는 2천5백억 원이 넘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 사진 1

디스커버리 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 대표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친동생인 장하원 씨라는 점입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국내에서 2017년 4월부터 판매가 시작됐고,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한 달쯤 지나 청와대 정책실장에 부임합니다. 그래서 장하원 대표가 디스커버리 펀드 상품을 기업은행 등을 거쳐 단기간에 투자자들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게 친형의 후광을 입은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디스커버리 펀드에 투자한 VIP들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한 수사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지난해부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 등 전방위적인 수사를 거쳐 디스커버리 펀드에 투자한 소위 VIP들의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명단에는 전 정권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장하성, 김상조 이름이 나오고, 이밖에 고려대 교수와 국회의원 명단까지 나왔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 사진 2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투자액수는 관보에 공개된 재산내역, 그리고 환매중단 상품 리스트를 볼 때 60억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투자금도 4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투자 시점은 2017년 7월입니다. 이들이 단순히 디스커버리 펀드에 투자한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특별 관리를 받았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 사진 3

수사기관은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 측의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내부적으로 2017년 9월에 펀드 부실 우려를 인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 측이 이 시점 전후로 장하성‧김상조 전 실장들의 투자금 흐름이 어땠는지는 수사로 밝혀져야 할 영역입니다.

투자 피해자냐?


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재로서는 여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으로만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른 일반 투자자들처럼 펀드 상품에 가입을 했고, 갑작스러운 환매 중단 사태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라는 점입니다. 당사자들 역시 펀드 가입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VIP들의 명단이 적힌 자료를 확보한 바 있지만, VIP 역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피해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VIP들도 역시 펀드 부실 사태가 벌어지고 돌려막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입니다.

특혜 미수자이냐?

① 펀드 구조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전부터 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실장에 대한 특혜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일반 투자자와 다르게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이들의 펀드는 디스커버리 환매 중단 내역 자료를 보면 개방형으로 보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펀드는 중간에 투자금이 회수 불가능한 폐쇄형입니다. 하지만 개방형은 이와 다르게 입출금이 자유롭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 사진 4

특히 장하성 전 실장이 60억 원을 투자한 펀드 상품은 'Discovery Global Opportunity 1호' 로 추정됩니다. 판매사는 유안타 증권과 대신증권입니다. 하나의 상품에 여러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함께 들어가는 것과 달리, 해당 펀드는 개인 1명만 가입한 1인용 펀드입니다.

이의환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이들이 다른 일반 투자자들처럼 환매 중단 뒤 회수를 못했다는 점에서 피해자로 묶이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는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개방형 펀드에다 1인 펀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이미 VIP들에 대한 회수대금이 마련된 상황에서, 혹시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더군다나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 측은 원금회수 내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 사진 5

Discovery Global Opportunity 펀드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가 판매한 펀드는 상품마다 이름들 다르고 투자구조도 조금씩 다릅니다. 장하성 전 실장이 Discovery Global Opportunity는 다른 펀드와 달리 환매 중단 사유도 비교적 불명확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의환 상황실장은 "펀드 상품별로 환매중단 사유와 펀드의 투자목적 회수내역 등 상세한 사실을 확인한 후 환매중단 피해자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합니다.

②펀드 돌려막기

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들이 디스커버리 펀드에 돈을 투자한 시점은 상품 판매 초기입니다. 디스커버리 펀드 상품은 2017년 4월부터 판매를 개시했고, 이들은 3개월 뒤인 2017년 7월에 거액을 넣었습니다. 펀드는 이후로 2019년 2월까지도 여러 판매사를 통해 투자자들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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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검찰은 압수물 자료를 통해 2017년 9월쯤 내부적으로 부실 위험성을 인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하성‧김상조 전 실장들의 돈이 이미 투자된 상황에서, 펀드 부실로 인한 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돌려막기 등 움직임이 있었는지도 더 알아봐야 합니다.

사기죄를 두고 벌어지는 법정공방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는 디스커버리 펀드 장하원 대표에 대한 사기죄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장 대표를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도 같은 혐의로 장 대표를 구속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장 대표가 대출채권 대부분이 부실해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국내 투자자 370여 명 상대로 1,348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일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12월 30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검찰은 장 대표에게 12년을 구형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 / 사진 7

장 대표 측은 사기죄 혐의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 측은 미국 자산운용사 DLI 대표 브랜든 로스에 속은 것이며 부실 펀드 판매를 공모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 측 변호인은 "결론적으로 펀드 환매 중단은 피고인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우연" 이었다고 최후 변론하기도 했습니다.

디스커버리 펀드, 남은 과제 ①


VIP들이 지금까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피해자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시점과 투자 상품 내역을 보면 특별 관리를 받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VIP들에게만 특혜를 주기 위해서 별도 모집을 했다가,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서 계획이 흐트러져 '특혜 미수'에 그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이들의 원금 회수를 위해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넘어간 정황이 있다면, 이는 더 큰 문제일 것입니다. 장하원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죄 혐의와 별도로 검찰이 더 수사해봐야 합니다.

디스커버리 펀드, 남은 과제 ②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에 대한 수사도 남아 있습니다. 당시 디스커버리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건 곳은 기업은행입니다. 특히 당시에 사모펀드 쪼개기 판매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50명 이상 모인 투자자들을 나눠 공모 규제를 피했다는 겁니다.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 측과 기업은행 등 판매사 사이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도 수사기관이 더 들여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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