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방위비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일본의 목표도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은 기시다 총리의 국제 평화와 핵 비확산에 대한 깊은 의지를 강화하고,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자 G7 개최국으로서 2023년 일본의 리더십 발휘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잔혹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준 걸 포함해 세계 전역에서 보여준 기시다 총리와 일본의 리더십에 감사한다"며 "우리와 우리 파트너들이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게 될 일본의 역사적인 새 국가 안보 전략에 대해 기시다 총리와 일본 국민들에게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환영이 아니라 거의 찬사인데, 솔직히 미국 입장에서 유일한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고 골칫거리인 북한을 억지하는데 거액의 방위비를 쓰겠다는 일본이 예뻐 보이지 않을 리 없습니다. 동맹을 통한 역내 평화 유지를 강조해온 미국으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은 셈입니다. 일본이 도입 의사를 밝힌 사거리 1,250km 이상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의 무기 판매 수익 등은 덤일 겁니다.
일본, 방패만으로는 불안…창도 갖겠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일본은 미군의 창에 의존해 방패 역할에 전념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창과 방패를 모두 보유하게 될 걸로 보입니다. 창에 해당하는 반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거리 타격 무기가 필수적인데, 현재 자위대가 보유한 지상 발사형 미사일 가운데 사거리가 가장 길다는 '12식 지대함 유도탄'조차 사정거리가 1백 수십㎞에 불과합니다. 이 유도탄 역시 원점 타격이 아니라 공격 의도를 갖고 일본에 접근하는 적 함정 등을 타격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반격 능력 확보를 위해 미국산 토마호크 도입 추진과 함께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를 1천km 이상으로 늘리고 전투기와 함정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할 계획입니다. 또 유도탄·탄약 확보 등 전투 지속 능력 확충, 종합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 정찰 및 감시 능력 개선, 우주·사이버 능력 향상, 자위대 내 상설 통합사령부 설치, 방위산업 육성 및 방위 장비 수출규제 완화 검토 등도 안보 문서에 명문화했습니다. 한마디로 자위대를 전쟁 수행이 가능한 조직으로 바꾸려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재무장 빌미가 된 북한
물론 일본의 이런 안보 정책 변화가 북한 때문만은 아닙니다. 중국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표현하거나 러시아를 "안전보장상 강한 우려"라고 기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역내 안보 문제에서 동맹을 강조하는 미국의 태도도 일본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하지만 잠재적 위협에 가까운 중국, 러시아와는 달리 북한 도발은 직접 위협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일본이 이해당사국으로 안보리에 참여하게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일본을 북 위협에 대응이 필요한 국가로 공인 시켜준 거나 다름 없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방위력 증강에 따른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 심화, 중국과 북한의 비판을 의식한 듯 반격 능력은 평화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즉,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한다는 원칙에 따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헌법의 범위 안에서 비핵 3원칙, 전수방위 견지, 평화국가로서 일본의 행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점은 국민과 주변 국가에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일본의 조치가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는 중간 기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미중 간 경쟁이란 신 냉전 분위기 속에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일본의 재무장은 그만큼 수월하고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도 자신들이 일본 우익에게 활용되는 걸 원치는 않을 겁니다.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동북아에서 위협 수위를 높이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