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16시간 운전에 지옥 갈 뻔…정말 돈 많이 벌까?

이 기사 어때요?

화물연대 파업은 끝났지만, 안전운임제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 입장 차는 더 커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은 2주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도로 위 최저임금이라고도 불리는 안전운임제는 지금도 일부 품목에만 적용됩니다. 90%가 넘는 화물기사들은 해당되지 않는 건데, 이대로라면 곧 모든 화물 기사들이 같은 상황에 놓입니다. 안전운임제 없는 화물기사들의 하루는 어떤지, 밀착 취재했습니다.

---------------

55세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관 씨는 새벽 2시에 하루를 시작합니다.

기자 : 이렇게 문밖에 나설 때 무슨 생각하세요?
화물기사 : 오늘도 안전하게 조심해서 돌아오자, 무사귀환이죠.

25톤 대형 트럭이라 출발 전 엔진을 충분히 데우고, 타이어를 점검한 뒤 화물의 고정 상태를 살피는 등 준비할 게 많습니다.

새벽 2시 50분인데요, 지금부터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지 않는 화물차 운전기사의 하루 운행 일정을 함께 따라 가보겠습니다.

기자 : 어디로 가세요?
화물기사 : 전라남도 광양 건축 현장인데요. 아마 아파트 현장일 것 같아요.
기자 : 몇 시쯤 도착할 거 같으세요?
화물기사 : 오전 8시 예상하고 있어요.
기자 : 휴대폰이 왜 이렇게 많나요?
화물기사 : 이건 내비게이션 전용이고요 이건 통화, 문자 전용이고요. 뒤에 후방카메라로 짐이 안전하게 따라오고 있는지, 추락물은 없는지 그런 걸 알 수 있죠.
기자 : 위에 그것은 무엇인가요?
화물기사 : 이건 운행기록계라고 해서 차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달리고 언제 쉬고 그런 것들을 다 알 수가 있어요.

기름값 아끼는 데 습관이 들었습니다.

기자 : 맨발로 운전하는 건 문제없는 건가요?
화물기사 : 대부분 맨발이나 얇은 슬리퍼 같은 걸 갈아 신고 타요. 엑셀(엑셀러레이터)을 좀 더 민감하게 발에서 느낄 수 있으니까. 다 연비 조종(운전) 때문에 큰 차들이 무작정 막 달리는 게 아니라 다들 연비를 나름대로 조정하면서 기름을 한방울이라도 덜 쓰려고 연비 운전을 하거든요. 이제 엔진 온도가 올라갔으니까 정상적으로 속도를 밟을 겁니다.

깜깜한 도로를 2시간 정도 운전한 뒤 유 씨는 경북 군위휴게소에 잠시 멈춥니다.

화물기사 : 여기가 잠시 쉬면서 잠도 깨고 또 같이 오는 동료들이 있으면 같이 모여서 하루 일정도 얘기도 하고 (자판기 커피) 맛집이에요, 저희한테는. 그래서 꼭 들르니까 혹시 지나실 때 있으면 한 번씩 들러보세요.

중앙고속도로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운전하기를 5시간, 유 씨와 화물트럭은 전남 광양의 주상복합 건물 공사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트럭은 싣고 온 건축 자재를 내리자마자 급하게 이동합니다. 근처 항구에서 또 다른 화물을 싣기 위해 잠시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화물기사 : 수입 생석회인데 컨테이너에 실려온 것을 제가 실어서 공장에다 갖다 줄 거예요, 단양에 있는 공장에다가.
기자 : 싣는 것도 기사님 할 일인가요?
화물기사 : 인력이 부족하니까 원래는 저희가 하면 안 되는 일인데 보셔서 아시겠지만 사람이 없어요. 안 하면 저희가 늦어지니까 이거에서도 시간을 딜레이 시키면 저희한테 손해니까. 이렇게 안 하면 안 실어주니까 해야죠.
기자 : 위험해 보이는 작업인데 다친 적은 없으세요. 겨울에 미끄러져가지고 한번 떨어진 적이 있어요. 재작년이요.
화물기사 : 발목에 금이 가서 깁스하고 있었죠. 신경이 많이 쓰이죠. 모든 게 다 위험요소… 어디든 다 위험 요소는 있으니까요.

20톤 넘는 화물을 싣고 이번에는 충북 단양의 한 공장으로 향합니다.

기자 : 아찔했던 순간 혹시 기억나는 거 있나요?
화물기사 : 깜빡(잠이 드는)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진짜 등골이 오싹하죠. 식은땀이 흘러요. 내가 진짜 지옥을 갈 뻔했구나.

하루 16시간 이상 운전하는 고된 일과이다 보니 잠을 쫓는 건 생명과 직결된 일입니다.

화물기사 : 추운 날씨에는 창문을 내리고 환기를 시켜놓고요. 사탕이랑 껌을 이용하기도 하고 휴게소에 들를 시간이 있으면 커피 한잔 그런 각성 효과로 잠을 쫓는 거죠. 운행하면서 제가 밥을 잘 안 먹어요. 배부르면 졸려서. 과자같은 것 비스켓 같은 것이나 간단하게 살짝 허기만 달랠 정도로(먹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는군요

화물기사 : 밥은 먹고? (응 밥도 먹고. 자기는 하루 종일 또 굶었지?) 괜찮아 차 안에 간식 있어서 그거 먹고 커피 마시고 했어, 괜찮아.
기자 : 기사님 오늘 하루 종일 다니시는 거를 저희도 같이 쫓아다녔더니 저 지금 죽겠거든요. 제가 다녀보니까 이게 진짜 힘든 일이더라고요.
화물기사 부인 : 힘들죠, 아무래도
기사 : 당신도 몇 번 따라다녔었잖아
기자 : 같이 다녀보니까 어떠셨어요?
화물기사 부인 : 위험하죠. 옆에서 타고 가면 조마조마하고 잠 못 자고 밥 못 먹고 하는 거는 늘 있는 일이고, 옆에 타고 다니면 차들이 앞에서 급정거를 한다든가 이런 일도 많고 해서 항상 나가면 불안하죠.

위험에도 불구하고 운행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일을 줄이면 수익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화물기사 : 한 드럼이 200리터거든요. 하루에 한 드럼 이상씩 기름을 저희가 소모를 하고 다녀요. 한 드럼이면 거의 40만 원에 육박하거든요. 40-50만 원짜리 짐을 싣고 30-40만 원 기름을 떼서 가면은 얼마가 남겠어요. 차량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이 승용차의 몇 배예요. 타이어 한 개만 하더라도 보통 3-40만 원, 4-50만 원씩 하거든요. 근데 제 차는 타이어가 22개가 달려있는 차예요.

비머(이강) 화물기사의 하루_사진1

유 씨의 10월 손익계산서입니다. 총수입 1천4백만 원으로 언뜻 많아 보이지만, 기름값 6백60만 원, 통행료 1백40만 원, 요소수와 엔진오일 교체비 1백12만 원 등을 제하고, 수수료를 떼고 나면 한 달 수익은 4백만 원 정도입니다. 일감을 줄이면 목적지에 갔다가 빈 차로 돌아와야 하는데 통행료와 차량 소모품비는 변함없이 지출돼 수익만 대폭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단양 공장에 화물을 내린 유 씨는 또 다른 짐을 싣기 위해 이번엔 충주로 향합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시내버스가 이제 조금 정상화됐지만 준공영제를 하면서 이제 가능해진 거죠. 시내버스 사례를 본다면 그런 공적인 시스템 조정 기구를 통해서 운영될 필요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화물기사 : 정부에서 화물연대가 저렇게 투쟁을 하면서 파업을 하고 저런 일이 생기기 이전에 그 화물 안전운임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주시고 하나 하나 해결해주신다면 화물연대 파업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요?

깜깜한 새벽에 출근한 유 씨는 다시 어둠을 뚫고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비머(이강) 화물기사의 하루_사진2

새벽 2시에 일어난 유 씨는 오늘 하루 충북 제천에서 전남 광양, 다시 충북 단양을 거쳐 충주에서 마지막 짐을 싣고 제천의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운전은 16시간을 넘겼고 총 운행거리는 850킬로미터였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6일, 주당 90시간 일을 하는 극한의 근로환경에 놓여있습니다.

기자 : 이게 오늘 첫 식사이죠?
화물기사 : 처음이죠.
기자 : 왜 낮에는 식사를 안 하세요?
화물기사 : 시간에 쫓기니까, 제가 다니는 것을 보셨지만 밥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30분 이상 정차를 못하잖아요. 여건이 안되니까 일단 새벽부터 지금 끝나는 이 시간까지 운전하고 상차(화물 싣기)하고 하차(화물 내리기)하고 그게 끝이에요.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거죠. 이렇게 살아야 돼요, 또 현실이...

유 씨와 비슷하게 현행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기사는 전국적으로 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파업과 압박, 파업 철회와 미봉책 '도돌이표'를 이젠 멈춰야겠습니다.

( 취재 : 이강 / 영상취재 : 이승환 / 편집 : 김초아 / 디자인 : 서현중 / 제작 : D탐사제작부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