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건 연극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실화입니다

이 기사 어때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소극장. 긴장된 얼굴의 사람들이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시작 3시간 전까지 연극 배우들은 대사를 못 외웠고, 최종 리허설 직전에야 도착한 배우들도 있었습니다. 정비를 위해 잠시 소극장을 비워줘야 하는 1시간 동안에도 대기실에서, 무대 뒤에서 연습을 멈추지 않던 사람들. 아무리 봐도 프로는 아닌 이들이 힘겹게 준비한 무대는 가정·학교에서의 폭력, 우울증 등으로 수년 동안 움츠러들었던 자신들의 이야기입니다.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던 사람들, 방 안에서 무대로 나온 이들을 소개해 드릴까요?

 중학교 시절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보며 모든 것을 자신 탓으로 돌리다 우울증·공황장애를 겪은 김이진 씨는 4년을 방 안에서 은둔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 사업에 실패한 뒤 가정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와 살았던 김초롱 씨.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8년이란 시간을 방 안에서 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정 폭력으로 상처 받은 정인희 씨는 11년을 은둔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보인 연극은 그저 연기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경험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 사회 은둔·고립 청년을 33만 8천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정·학교 폭력부터 건강 문제까지 원인은 다양하지만 당사자들이 받는 시선은 대체로 조롱 섞인 힐난입니다.  

 "허송세월 보내고 있는 애들 왜 도와줘야 하나?"란 진행자 질문에 김초롱 씨는 사실 자신도 도움을 받아도 되는지 조심스럽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청년들을 상담하며 깨달은 건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김초롱 / 8년 은둔 생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 저도 제가 도움을 받아도 되는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기는 해요. 근데 은둔 고수(동료 상담)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들어봐도 뭔가 이 사람들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닌 것 같은 거예요. 뭔가 이 사람한테 제때 적절한 지원이 닿았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들이 들고."

 아직 관련 법도 없고 정책도 부족하지만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들이 모여 작은 변화를 시작했고, 후원 단체들과 함께  정기 무료 공연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홀로 방 안에서 고통받고 있다면 사회적 기업 '안무서운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이들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취재·구성: 백운 / 영상취재: 양현철 / 편집: 임재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