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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소아과 전공의가 없어요"…입원 거절하는 병원들

스프 뉴스스프링 (사진=연합뉴스)
인천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최근 의료진 부족으로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띄웠습니다. 이에 앞서 길병원은 지난달 말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편지를 보내 입원 중단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니까 내년 3월까지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는 가능하지만, 중증으로 입원해야 하는 입원 환자는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길병원의 내년 상반기 전공의 1년 차 모집에서, 정원 4명인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왜 중요한데?

이른바 '기피 전공'의 의료 공백 문제입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의료 공백이 벌어지는 게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모집한 수련병원 중 '빅5'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 병원에서도 미달 사태가 속출했습니다. 정원 11명인 세브란스병원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정원 13명인 가톨릭의료원의 지원자는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비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대구 5개 수련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고, 이 중 3곳은 3년 연속 전공의를 아예 받지 못했습니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선 올해부터 교수들이 밤샘 당직에 투입됐습니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내년도는 정원 207명에 지원자 33명으로, 지난해에 비해서도 급격히 하락한 15.9%에 그쳤습니다. 심각한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스프 뉴스스프링 (사진=연합뉴스)
저출생 여파와 높은 업무 강도,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진의 임금과 처우 등이 이런 기피 추세를 만들고 의료 공백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개원의는 줄줄이 폐업하고, 전공의는 전공을 살려 취업할 곳이 줄어들고, 지원하는 레지던트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대형 병원 소아청소년과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아청소년과의 주된 진료 대상인 18세 이하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18세 이하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15.8%에 이르렀습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청구하는 요양급여 비용 규모도 2011년 6,822억 원에서 2020년 5,216억 원, 2021년 5,134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대부분 증가 추세인 다른 과목과 달리 소아청소년과만 급여 비용의 지속적 감소를 기록하고 있는 겁니다.

환자 절대 수가 줄어들면서 의료진의 노동 강도와 분쟁 위험 등 리스크에 비해 소아청소년과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건데, 코로나19 여파로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면서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상인 감염성 질환이 급감해 전체 진료비 규모 감소세가 더 가속화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걸음 더

의료계에선 이런 의료 공백이 충분히 '예견된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소아청소년과는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담당하는 등 그 특성상 정부가 정한 의료 수가에 대부분의 수입을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 소위 '머릿수'로 운영돼온 진료과입니다. 그런데 매년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합계출산율 등 저출생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부분 의료기관이 직원 월급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또 이런 저출생에 따라 이른바 '귀한 자식'을 환자로 둔 보호자들의 항의가 잦아지면서 의료진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고' 이후 사고 책임을 물어 의사들이 구속되고 법적 공방이 진행되는 걸 지켜본 의대생들의 기피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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