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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의사들도 잘 모르는 C형 간염…완치 가능해졌지만 남은 과제는

스프 밤의 해바라기코로나19와 함께 한 시간도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마스크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이 우리 생활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어버렸습니다. 마스크 벗을 날이 다가오는 게 어색하기까지한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설마 또 코로나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피로감에 '뒤로가기'를 누르려고 하셨다면 잠시 멈추고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해진 것들이 또 있습니다. 바로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RNA 바이러스', 'mRNA' 같은 단어들입니다. 사람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DNA 구조로 가지고 있지만 일부 바이러스들은 RNA 구조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유전 정보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더 많이 생겨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걸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외에도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메르스와 사스, 인플루엔자,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에볼라 등이 RNA 바이러스에 속합니다. 
스프 밤의 해바라기

C형 간염? 어디서 들어봤는데

2016년 2월, 의료계를 뒤흔들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집단 감염이 발생한 '다나 의원 사태'입니다. 이때 집단 감염을 일으킨 것이 바로 C형 간염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도 RNA 바이러스에 속합니다. 예방 주사도 챙겨 맞고, 건강 검진을 하면 항원∙항체가 있는지 결과지를 받아보기도 해서 비교적 익숙한 A, B형 간염에 비해 C형 간염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인턴 생활을 할 때는 새벽부터 입원 병동을 돌며 환자들 혈액검사를 위해 피를 뽑아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채혈을 마치고 난 뒤 주삿바늘들을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하는데 새벽 어두운 조명 속에서 채혈하다 보면 종종 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럴 때면 치료가 제한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쩌지 하는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환자 혈액에 해당 바이러스가 있을 경우 예방주사나 약물 복용으로 예방 조치가 가능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추적 관찰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혈액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에는 매독, HIV, B형 간염뿐만 아니라 C형 간염도 포함됩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됩니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해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선별검사가 적용되면서 수혈 감염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만성 C형 간염은 급성기가 지나고 일정 시간 경과 후에 발생하기 때문에, 처음 감염 당시 감염경로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감염 위험인자에 관한 연구들이 보고됐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정맥주사 약물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비위생적 침 시술, 문신, 다수 상대자들과의 성 경험, 과거 수혈 이력이 위험인자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논문: Current status of hepatitis C virus infection and countermeasures in South Korea) 급성 C형 간염은 침술, 수술, 주사침 찔림 등 오염 혈액에 노출된 이력이 있는 경우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원인이 불분명했습니다. (관련 논문: Acute hepatitis C in Korea: Different modes of infection, high rate of spontaneous recovery, and low rate of seroconversion) 

그래서, 감염이 되면 어떻게 되냐고요? 급성 C형 간염은 무증상 감염인 경우가 70~80%로 대부분이지만, 경미한 감기 몸살 증상, 메스꺼움, 구역질, 식욕부진, 우상복부 통증 등이 감염 2~12주 사이에 생길 수 있고 4~6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하지만 감염자의 54~86%는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그중 15~51%가 간경화로 진행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경화가 발생하면 간암 발생 위험도가 연간 1~5%로 높아집니다. 
스프 밤의 해바라기C형 간염은 B형 간염에 이어 간암의 주된 원인 질환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감염되더라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자발적으로 감염을 의심하고 진단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치료 받은 환자는 약 20%에 불과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2014년에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며 봤던 책을 꺼내 넘겨보게 되었습니다. 8년 사이에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C형 간염 치료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치료법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1989년 인터페론이 만성 C형 간염 치료에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치료 성공률은 6~1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인터페론에 리바비린이라는 약을 추가하면서 치료 성공률은 34~42%로 높아졌고, 2000년대 초 출시된 페그인터페론을 인터페론 대신 사용했더니 치료 성공률이 더 높아졌습니다. 유전자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서양에서 40~80%, 우리나라에서는 60~90%의 성공률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치료 기간이 6~12개월로 길고 주사를 맞아야 하며 환자의 80~90%가 발열, 우울증, 백혈구 감소, 빈혈 같은 부작용을 경험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관련 논문: Treatment of chronic hepatitis C. J Korean Med Assoc 2012 November; 55(11): 1113-1120.) 완치율이 높아졌음에도 100%는 아니라는 점, 높은 치료 비용과 부작용으로 의사가 치료를 권유하기도, 환자가 치료받기를 결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 대학병원에서 C형 간염을 진단받고도 치료받은 환자가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새로운 약들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효과와 안전성이 크게 개선된 먹는 항바이러스제(direct acting antivirals, DAA)들이 등장한 건데 가장 최근에 도입된 경구 항바이러스제들은 2~3개월 단기간 치료가 가능하고 치료 중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없이 치료 성공률이 98~99%에 달합니다.

또 새로운 약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간암 발생이 60~80% 이상 줄어들고 간질환 사망도 현저히 줄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논문: HCC risk post-SVR with DAAs in East Asians: findings from the REAL-C cohort) 이런 발전으로 심지어 보험에 가입할 때 이전에는 C형 간염이 있던 사람은 가입 조건이 까다로웠지만, 이제는 치료 성공을 증명하면 훨씬 완화된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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