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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文 정부 때는 평균 5조 감액" 사실은?

[사실은] "文 정부 때는 평균 5조 감액" 사실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 처리가 무산됐습니다.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입니다.

물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얼마나 깎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건전 재정 기조로 이미 작게 편성한 예산이라 크게 감액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불법적이고 불필요한 예산은 줄여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예산안 심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여당은 639조 원이라는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고 1.2조 원 감액에만 동의해줬다"면서 "본 예산 규모가 더 작았던 문재인 정부 5년 간은 단순 회계 이관을 제외하고도 평균 5.1조 원을 국회에서 감액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다음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에서도 매년 예산안에서 5조 이상 깎았는데, 반도 안되는 규모를 얘기하는 것은 예산안 합의 타결에 대한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박홍근 원내대표의 말은, 문재인 정부에 비해 윤석열 정부는 과도하게 고집을 피운다, 나아가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여야, 예산안 국정조사 고심

예산안의 구체적인 쟁점들은 이미 뉴스를 통해 많이 소개됐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문재인 정부 5년 간 국회에서 깎은 예산이 평균 5.1조 원" 발언에 초점을 맞춰 팩트체크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은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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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때 5.1조 원 깎았을까?


일반적으로 예산안은 기획재정부가 8월 말 작성해 국회에 제출합니다. 예산안을 받은 국회는 원칙상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2일 전까지 늘릴 것은 늘리고, 깎을 것 깎아 예산안 수정안을 만든 뒤 본회의 의결을 거쳐 통과시키면 예산안은 확정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즉, 2018년도 예산안부터 올해 예산안까지 5년 동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기재부가 제출한 원안에서 얼마나 깎았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예산 총계, '세출' 기준으로 분석했습니다.

사실은 예산안

국회가 최근 5년 동안 깎은 예산은 평균 5.6조 원으로 계산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차가 있습니다. 정부 내에서도 내부 거래가 있습니다. 이 예산 떼다가 다른 곳에 붙이면, 한쪽은 증액으로 잡히고 한쪽은 감액으로 잡힙니다. 이런 경우, 증액과 감액 모두 중복 계산되기 때문에, 제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회계 간, 회계 내 계정 간 내부 거래를 제외한 예산을 별로도 뽑아서 다시 살펴봤습니다. 이를 '예산 순계'라고 합니다.

사실은 예산안

예산 순계 기준, 평균 4.5조 원 감액된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에서 평균 5조 원 정도 감액했다는 박홍근 원내대표의 주장은, 수치만 따져봤을 때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예산결선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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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가장 많이 깎은 사업은?


하지만, 정부 여당이 고집을 덜 피워서 5조 원이나 깎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간 어떤 예산을 깎았는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최근 5년 동안 정부가 제출한 예산 원안을 국회가 얼마나 늘리고 깎았는지, 구체적인 사업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연도 별 국회 확정 예산에서 국회가 증액하고 감액한 부분이 적혀 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경제통계시스템의 자료를 받아, 사업 분야별 증감 내역 등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 기준인 만큼, 회계 간, 회계 내 내부 거래와 전출, 다른 회계나 기금으로 받은 전입금 등은 제외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의 규모가 크긴 하지만, 직접적인 사업으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방재정 교부금과 교부세도 제외했습니다. 재방 재정 상황과 연동되는 측면이 있어서 국회의 정치적 의지가 반영된 증액 혹은 감액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까닭에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최근 5년 동안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가운데 어느 분야를 주로 늘렸고 깎았는지, 어느 분야에 재량을 발휘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래는 사실은팀이 분석한 결과입니다.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 원안에서 얼마를 늘리고 깎았는지, 그 액수만 적었습니다.

사실은 예산안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 원안에서 교통·물류, 보건, 산업·중소기업 분야를 많이 늘렸고, 사회·복지, 국방, 일반·지방행정 분야를 많이 깎았습니다. 많이 늘린 부분은 연하게 색깔을 칠했습니다. 국회가 사회·복지와 국방 분야를 유독 많이 줄인 게 의외입니다.

세부 사업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이 깎은 항목들을 순서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물론, 내부 거래를 제외한 항목들입니다.

사실은 예산안

지난 5년 동안 국회가 가장 많이 깎은 예산은 2018년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관련 예산입니다. 1.1조 원이 넘습니다. 당시 정치권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을 줄이고 시기도 늦추기로 했습니다. 이듬해 있을 지방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 현행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던 겁니다.

즉, 본회의 통과 전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고, 그 결정을 기존 정부안에 반영해 수정했습니다.

지난 5년 국회가 많이 깎은 예산, 국방 분야 사업이 유독 많았습니다. TOP20에 국방 분야 4개 사업이 포함돼 있습니다. 주로, 방위력 개선 분야입니다. 국회가 많이 깎은 국방 분야 사업 예산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사실은 예산안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고, 세계적으로도 확장 재정 정책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 지원금과 같은 현금성 지원 예산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국채로 다 감당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자연히 깎이는 예산이 생겼고, 국방 관련 예산이 기회비용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물론, 여야가 합의한 결과입니다. 사실은팀이 계산해 보니, 국회는 위 표에 제시한 것 말고도, 방위력 개선 분야만 5년 동안 1.2조 원 가까이 깎였습니다.

결국, 최근 5년 동안 국회가 예산을 평균 5조 원 가까이 깎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여당이 고집을 덜 피워서라기 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결정, 그리고 코로나라는 특이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읽힙니다.

참고로 국회가 정부안 보다 많이 늘린 사업도 확인해 봤습니다. 위 표에서 나타난 것처럼 교통·물류 분야 사업이 4조 2871억 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교통·물류 분야 사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봤습니다.

사실은 예산안

정부가 가져온 예산 원안 가운데 깎은 액수는 미미했고, 증액한 규모는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에서 가져오지도 않았던 사업을 국회에서 새롭게 신설한 예산도 많습니다. 가령, 도로 예산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정부는 358건 항목에 13조 3,426억 원을 편성해 가져왔는데, 국회는 없던 59개 사업을 새롭게 만든 뒤, 총 1,752억 원을 증액했습니다. 철도 예산은 1조 7,561억 원 늘렸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쪽지 예산'으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를 위해 민원성 쪽지를 넣어 예산을 편성했을 가능성입니다.

어쨌든 도로와 철도 같은 교통 예산은 국회에서 깎일 일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 부분 만큼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서로 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예산안 최종 담판 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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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예산은 누가 결정할까


최근 5년, 정부는 예산 총계 기준으로 모두 합해 2141.5조 원의 세출안을 제출했습니다. 여기서 국회는 39.4조 원 늘리고, 27.9조 원 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국회가 건드린 예산은 67.3조 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3.1%에 불과합니다.

사실은 예산안

즉, 국회가 예산 결정의 최종 관문이기는 하지만, 예산의 97%는 사실상 기재부가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회 몫은 3%에 불과합니다. 정책이 곧 정책이라면, 대한민국 정책은 기재부에 의해 구성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겁니다.

연말마다 예산안 처리 때문에 국회에 이목이 집중되지만, 정작 철저히 감시해야 할 대상은 기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사실은팀도 앞으로는 7~8월 예산안이 만들어질 때, 취재의 공력을 모아보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문재인 정부 5년간은 평균 5.1조원을 국회에서 감액했다"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말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예산 총계의 세출 기준 평균 5.6조 원, 내부 거래를 제외한 예산 순계의 세출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평균 4.5조 원으로 계산됐습니다. 어쨌든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수치상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감액한 예산 내역을 사업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국회가 최근 5년 동안 평균 5조 원 가까이 깎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정부 여당이 고집을 덜 피워서라기 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결정, 나아가 코로나라는 특이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읽힙니다. 예산 결정은 그만큼 정치적 맥락이 복잡하다는 방증일 겁니다.
 
<참고자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s://likms.assembly.go.kr/bill/main.do) 2018년도~2022년도 예산안 본회의수정안
재정경제통계시스템(https://www.nabostats.go.kr)

(인턴 : 정수아, 강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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