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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머Q&A] 1천 채 '빌라왕'의 죽음…보증보험 가입 세입자도 떨고 있는 황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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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세사기 혐의로 수사선상에 놓였던 40대 임대업자가 지난 10월 갑자기 사망합니다. 수백 명의 전세보증금이 증발한 상태. 하지만 세입자들은 제대로 하소연할 곳조차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수도권에만 1천여 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갖고 있던 이른바 '빌라왕'. 40대 김 모 씨는 지난 10월 12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숨졌습니다. 300여 명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전세사기 혐의로 수사가 착수된 상태였습니다. 김 씨가 천 채 넘는 집을 갖게 된 건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내 돈 하나 없이 남의 돈인 전세보증금으로 집을 사고, 또 그 집을 세놓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소유 주택이 무차별적으로 늘어온 겁니다. 김 씨가 빌라를 매입하고 임대한 건 최근 3년 동안에 집중돼 있습니다. 워낙 단기간이고, 집값과 전세금이 계속 오르던 초기엔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김 씨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상황에 김 씨가 사망한 겁니다. 포털에 개설된 김 씨의 피해 세입자 카페 가입자만 450명이 넘지만, 이분들의 보증금 상당액은 사실상 증발한 상탭니다. 집주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세입자 보증금도 돌려줘야 하죠. 그런데 김 씨는 지난해에 내지 못한 세금만 60억 원이 넘어 이미 갖고 있던 집들이 압류됐습니다. 상속인인 부모는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와도 접촉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압류된 주택이 경매로 더욱 헐값에 팔려도, 무조건 1순위로 청산돼야 하는 세금을 나라가 추징하고 나면 수백 명 세입자들에게 돌아갈 전세보증금은 얼마나 줄어들어 있을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김 씨의 피해 세입자 중에는 HUG의 전세금보증보험을 든 사람만도 400명이 넘긴 합니다. 안전장치라고 생각해 보험료를 감당하기로 하고, 보험에 들고 세입자가 된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집니다. 전세금을 달라고 HUG, 측에 요청하려면, 먼저! 집주인과 계약 해지를 하게 돼 있습니다. 이사도 못 갑니다. 계약 해지가 안 된 채로 집을 비우면, 내 전세금이 후순위로 밀려나서 언제 받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사망하고, 상속인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 경우에는, 세입자들이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할 상대가 없는 겁니다. 지금 규정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 상태에서 전세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습니다. 김 씨의 상속인이 끝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겁니다. 비로소 김 씨의 1천 채 넘는 빌라들이 정리되기 시작하겠지만,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얼마가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현행 보증보험이 노출한 구멍뿐만이 아닙니다. 김 씨가 세금을 체납하고 전세 사기 의혹을 받기 시작하면서도 김 씨의 부동산 거래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김 씨 명의의 빌라를 전세 계약하면서 보증보험을 신청하지 않은 세입자들은 이런 상황을 꿈에도 몰랐던 분도 있을 것이고, 최근에, 김 씨 집에 세들기 위해 보증보험을 가입하려 한 사람은 가입을 거부당함으로써 아 뭔가 이 집에 이상한 게 있구나 느낄 수는 있었겠지만요. 정확히 어떤 이유로 가입이 거부되는지, HUG는 원칙적으로 알려주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3년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1천 채가량의 집을 집중적으로 사고팔고 빌려주는 행위. 김 씨 혼자 한 일이 아니다, 배후에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기범, 빌라왕의 존재도 존재지만, 더 큰 문제는 빌라왕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이렇게 비정상적인 부동산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우리 시장의 허점일 겁니다.

( 기획 : 김도균 / 영상취재 : 이승환 / 편집 : 김복형 / 디자인 : 채지우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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