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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아이언맨 되살릴 수 있어"…영화계가 꽂힌 치트키

최근 입소문으로 한 달 넘게 흥행 중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미국에 이민 와 빨래방을 운영하는 중년 여성 양자경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데, 각각의 우주마다 그녀는 다른 인생을 살아갑니다.

내년 아카데미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 영화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SF, 액션, 코미디를 유쾌하게 섞어 기발하게 '멀티버스'를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인기 영화를 만드는 스튜디오는 마블입니다.

마블이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포석을 놓은 멀티버스, 즉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는 MCU, 즉 마블 세계관의 핵심입니다.

[(스파이더맨:노웨이홈) 멀티버스는 인간의 지식을 한참 초월하는 개념이지.]

지난 1년 내 한국시장 흥행 3위와 6위를 기록한 '스파이더맨:노웨이홈'과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멀티버스 개념을 바탕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마블 영화의 '멀티버스'는 100년 전 탄생한 양자역학에서 파생된 '다세계해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에 비유해서 양자역학의 미시세계를 최대한 단순화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상자 안에서는 한 시간 내에 50%의 확률로 방사능이 붕괴하는데, 방사능이 붕괴하면 독가스가 퍼져 고양이는 죽습니다.

양자역학에 비유하면,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는 죽은 고양이와 산 고양이가 이른바 '중첩' 상태에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 측정하는 순간 파동 함수가 붕괴하면서 고양이의 생사가 정해집니다.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왼쪽과 오른쪽이 중첩돼 있는 상태에 있고 우리가 측정하면 둘 중에 하나만을 본다라는 게 이 수식에 담겨 있는 의미고요. 우주가 중첩 상태로 있지만 매번 어떤 선택에 의해서 우주는 딱 한 길로만 따라간다라는 것이 표준적인 양자역학에서의 코펜하겐 해석이에요.]

그러나 1950년대에 나온 '다세계해석'은 상자를 열어 관측하는 순간 우주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우주와 죽어 있는 우주로 분기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처럼 빨래방 주인인 나, 유명 배우가 된 나, 요리사가 된 나 등 무한한 평행우주 속의 내가 존재합니다.

다만 영화와 달리 다세계해석에서는 이 우주의 내가 다른 우주를 인식하거나 넘나들 수 없습니다.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양자 역학의 해석의 문제라고 부르는데요. 다세계 해석은 교과서에 안 나와요. 그런데 최근에는 아주 뛰어난 물리학자들조차도 '아 이게 맞을 수도 있는 거 아냐?'라는 고민을 지금 시작하는 그 정도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인간의 직관적 인식으로는 수용이 어려운 멀티버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각광받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멀티버스'가 새로운 이야기를 기획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영화사들에게 돌파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멀티버스'라면 이미 죽은 아이언맨도 다른 우주에서 되살릴 수도 있습니다.

또 멀티버스가 현실의 팍팍한 삶에 지친 소위 '이생망' 현대인들에게 다른 우주에서는 다른 삶을 사는 내가 있다는 위안과 희망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신희숙·김태연, 영상취재 : 정성화·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김정은·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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