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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 중동 국가 밀착…'인권 불간섭'이 연결고리?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습니다. 2016년 이후 6년 만의 방문이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진핑 주석의 세 번째 해외 순방입니다.

시진핑 주석을 맞는 사우디의 태도는 특별했습니다. 시 주석이 탄 전용기가 사우디 영공에 진입하자 사우디 전투가 4대가 호위에 나섰고, 이어 의전 호위기 6대가 동반 비행을 했습니다. 공항에는 환영 예포가 울려 퍼졌고, 의전 호위기들은 중국 국기 오성홍기의 색깔인 빨간색과 노란색 연기를 내뿜으며 즉석에서 에어쇼를 펼쳤습니다. 공항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수장인 빈 반다르 왕자와 외교장관인 빈 파르한 왕자 등 왕실의 왕자들까지 영접을 나왔습니다. 5개월 전인 지난 7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지역 주지사와 주미 대사 등만이 영접을 나온 것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사우디에 도착하자 에어쇼가 펼쳐지는 모습(왼쪽)과 시 주석이 탄 차량이 사우디 왕실 기마 근위대의 호위를 받는 모습.

사우디, 바이든·시진핑에 차별 대우…"달라도 너무 달라"

시진핑 주석에 대한 사우디의 특급 예우는 사우디 왕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시 주석이 탄 승용차는 사우디 왕실 기마 근위대의 호위를 받았으며,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가 시 주석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5개월 전 바이든 대통령과 간단한 '주먹 인사'만 나눴던 빈 살만 왕세자는 시 주석과는 웃으면 악수했습니다. 시 주석은 빈 살만 왕세자와 나란히 서서 사우디 의장대의 사열도 받았습니다. 이렇다 할 특별 행사 자체가 없었던 바이든 대통령 방문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과는 간단한 주먹 인사만 했지만(왼쪽), 이번에 시진핑 주석과는 반갑게 악수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는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습니다. 사우디의 석유가 필요한 미국과 미국의 안보 보장이 필요한 사우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습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내 반이슬람 분위기 확산, 중동의 민주화 운동 물결인 '아랍의 봄' 당시 미국의 대응,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과 오바마 행정부의 핵 협정 체결 등으로 한때 우정이 흔들리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대규모 무기를 거래하는 등 다시 '찰떡궁합'을 과시했습니다. 이랬던 두 나라 관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어긋났습니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중동에서 철수했고,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반인권 실태를 문제 삼았습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국제사회의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좋아할 리 없습니다.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증산 등을 설득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 별다른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간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중국, 미국·중동 틈새 공략…"석유 대금 위안화 결제"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이 이런 틈새를 놓칠 리 없습니다. 그동안 아프리카와 중동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여세를 몰아 사우디뿐 아니라 중동의 10개국 정상과 회담을 했고,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까지 창설해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래 아랍권에 대한 최대 규모이자 최고 수준의 외교 활동"이라며 "중국과 아랍권의 관계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중동에서의 미국의 공백을 중국이 메우려 하는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중동 방문으로 중국이 실제 얻은 이익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은 사우디와 그린 수소·태양광·정보통신·의료·교통·건설 등 분야에서 우리 돈 38조 원 규모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 데 이어, 석유 등 대금도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해 서방의 제재를 받더라도 충격을 완화시킬 방안을 중동에서 찾은 셈입니다.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 모습. 중앙에 시진핑 주석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이 앉아 있다.

중국 "인권·내정 불간섭"…중동 국가들과 공동 유대감


그렇다면, 중동 국가들이 중국을 반기는 이유는 뭘까요. 중국은 이미 중동 국가들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실질적 가치가 높습니다. 중동 국가들은 G2 지위에 오른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 등 서방의 석유 증산 압력 등에 맞설 수 있습니다. 이른바 지역 내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가진 메리트는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와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국 스스로가 인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 홍콩 민주화 문제 등이 거론될 때마다 내정 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대부분이 이슬람 국가인 중동 국가들 역시 여성 인권 문제 등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또, 2010~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중동 국가들은 왕정과 독재가 민주화 시위로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무래도 인권과 민주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보다는 중국과 공동의 유대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시진핑 주석은 중국·아랍 정상회의 연설에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개발도상국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중동의 인권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안심시킨 것입니다. 또, 미국이 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까지 지지했습니다. 중동 국가들의 '반(反)이스라엘' 전선에 동참해 이들의 환심을 산 셈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로 화답했습니다. '하나의 중국'은 타이완이 중국의 영토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어떤 형태의 '타이완 독립'을 반대하고,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입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아랍 정상회의 결과물인 '리야드 선언'에는 이 '내정 불간섭'과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가 나란히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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