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일본 · 영국 · 이탈리아 헤쳐모여 '전투기 동맹'…바빠진 KF-21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차세대 전투기 이미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도를 배경으로 날고 있다.

일본이 어제(9일) 무기 강국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서방 국방과학 강국들이 6세대 전투기를 제각각 개발하다가 한데 힘을 모아 2035년까지 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를 능가하는 미래형 전투기를 세상에 내놓겠다는 선언입니다. 미국은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의 공동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거들었습니다.

참가국 면면이 강력한데 앞세운 명분도 거창합니다.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 정부는 공동성명에서 전투기 공동개발의 배경으로 민주주의, 자유, 인권, 법의 지배 등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강화해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계기라며 환영했습니다. 서방 강국들이 6세대 전투기를 매개로 새로운 동맹을 맺은 형국입니다. '6세대 전투기 동맹'이라 부를 만합니다.

선진 동맹의 강력한 결속을 통해 개발한다니 잘 빠진 미래형 첨단 전투기가 나올 터. 시장 경쟁력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무기 수출이 제한되는 법적 속박에 개의치 않고 수출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그리고 우리 항공우주과학은 더 멀리 보며 잰걸음을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투기 동맹'으로 헤쳐모인 일본·영국·이탈리아


일본, 영국, 이탈리아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글로벌 항공 전투 프로그램(The Global Combat Air Programme·GCAP)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영국이 주도하고 이탈리아가 동참한 6세대 전투기 계획 템페스트(Tempest)와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F-X program)을 통합한 것입니다.

GCAP에는 영국의 BAE시스템즈,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이 참여합니다. 2035년 차세대 전투기가 개발되면 일본의 F-2, 영국과 이탈리아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대체하게 됩니다.

어제 발표된 3국의 GCAP 공동성명 첫 문장은 "룰 기반의(the rule-based)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3국은 최선을 다할 것", "이러한 원칙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위협과 침략이 증대하는 시점에서 (3국의 공동 노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입니다.

이어 "민주주의와 경제, 안보, 지역 안정을 지키는 것은 전례 없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억제 능력으로 강화된 강력한 국방 및 안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천명했습니다. GCAP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급부상하는 위협인 중국과 통제불능의 악당인 러시아에 대항하는 서방의 기술 및 가치 동맹으로 비칩니다.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차세대 전투기 이미지, 후지산과 도심을 배경으로 날고 있다.

수출을 이야기하는 일본과 KF-21의 미래


영국의 템페스트와 일본의 F-X 프로그램이 결합하고 미국이 힘을 보태면 GCAP는 강력한 6세대 전투기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영국, 이탈리아가 각각 100대 이상씩 구매하고, 나토(NATO)나 중동 국가와 수출 계약을 맺으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전투기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 경쟁력 있는 6세대 전투기의 탄생이 전망됩니다.

일본은 대뜸 수출로 눈을 돌렸습니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현재 시점에서 제3국 수출에 대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영국이 수출을 중시하기 때문에 앞으로 영국, 이탈리아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방위장비 이전 3원칙에 따라 공격무기를 수출하지 못합니다. 전투기는 전형적인 공격무기이니 3원칙을 개정해야 GCAP 전투기를 수출할 수 있습니다. 2035년까지 10년 이상 시간이 있는 만큼 그동안 전투기 수출이 가능하도록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할 것 같습니다.

GCAP 전투기의 수출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KF-21은 4.5세대 전투기이고, GCAP 전투기는 KF-21보다 1.5세대 앞선 6세대입니다. KF-21과 GCAP의 개발 완료 시점은 각각 2026년과 2035년으로 9년 차이입니다. 서로 시장은 일치하지 않지만 다소간의 간섭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KF-21이 활약하는 합리적 가격대의 4.5세대 전투기 시장을 일찌감치 조성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한 임원은 "2026년 이후 9년 동안 KF-21의 수출을 늘리고 가격을 낮춰 단단한 시장을 구축해야 하는 현실적 당면 과제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KF-21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투기의 스펙은 고정적인 만큼 개발 완료 이전부터 해외 시장이 선호하는 공대공, 공대지 무장을 내세워 적극적인 수출 마케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국방과학 당국과 KAI의 발등에도 6세대 전투기 개발의 불똥이 떨어졌습니다. 독자 개발도 추구하되, 해외의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투 트랙의 실리주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