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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오른 금리만큼 빠듯해진 생활비…숫자로 봤더니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8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올 한 해 내내 금리는 진짜 많이 올랐고 집값은 많이 떨어졌잖아요. 그런데 이제 집값 더 오를까 봐 빚 많이 내서 집 사신 분들 올 한 해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한데 감당할 수 있는 빚은 어느 정도인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면서요?

<기자>

네, 먼저 빚을 감당 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못 갚게 되는 경우, 이건 큰일이죠.

그런데 또 하나의 측면, 빚을 계속 갚아 나고는 있는데 생활비가 빠듯해질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건 각 가정이 선택할 문제죠.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사실 감당이 잘 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바로 이 두 번째 상황을 생각하면서 빚을 질 때 어느 정도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자료가 한국은행에서 나왔습니다.

내가 해마다 버는 돈에서 빚 갚느라 빠져나가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 이게 DSR입니다.

이 DSR이 1% 늘어나면 생활비로 쓰는 돈은 평균적으로 0.37%씩 줄더라는 겁니다.

가장이 30세에서 65세 사이인 집들 중에서 이 조사가 대표성을 띨 수 있게 추려낸 8천7백여 가구 사정을 봤거든요.

이를테면 우리 집 연소득은 5천만 원이고 100만 원씩 대출 원리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생활비로는 300만 원 정도씩 쓰고 있습니다. 이 집은 DSR 24%인 집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서 연간 50만 원, 매달 4만 2천 원꼴로 빚 갚는 돈이 늘어난다고 치면 매달 1만 1천 원씩은 쓰던 돈을 줄여야 되더라는 겁니다.

평균을 놓고 예시 계산을 해본 건데요, 요즘 이자가 이렇게 살살 오르지 않죠.

이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이 정도의 비율로 생활비가 빠듯해지기 시작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생활비가 빠듯해진다고 체감하는 그 정도가 좀 커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거는 소득 수준이나 아니면 자산 수준에 따라서 정말 다를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것 같은데 설명을 추가로 해 주시죠.

<기자>

그래서 이번 조사도 소득별, 재산별, 그리고 자가 주택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서 좀 더 나눠서 봤습니다.

일단 빚이 많으면서 저소득 무주택인 집들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 때마다 생활비 여력이 더욱 바짝 줄어들었습니다.

이건 당연한 얘기죠. 빚이 많은데 집이 없다면 아마 그 빚으로 생활비를 대고 있던 어려운 가정일 가능성이 크죠.

그런데 유주택자다. 그러면 '부담의 기준선'이라고 할 만한 경계선이 있었습니다. DSR 20%입니다.

연소득 5천만 원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매달 갚는 원리금이 83만 원 수준보다 적을 때는 소비를 줄여야 하는 정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이 정도의 집은 주택담보대출을 더 낸다든지 하는 추가 대출 여력, 또는 자금 융통 여력을 아직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라는 게 한국은행에서 이 연구를 진행한 팀의 분석입니다.

아무튼 DSR 20% 정도면 생활비도 감안하고 갚아나갈 빚의 수준을 정한 집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반면에 DSR 20%를 넘어가면 허리띠 졸라매는 정도가 확 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집집마다 상황이 달라서 단정적으로 얘기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집 빚에 신경 좀 써야겠다 하는 수준을 고려할 때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한 달에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 그러니까 원리금 관련된 이야기를 쭉 했잖아요. 그런데 전체 빚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도 한 번 따져봐야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기자>

네, 이자만 갚고 있다든지 해서 매달 갚는 빚의 원리금 상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집들도 있으니까, 빚의 규모 그 자체만도 한 번 봐야 할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0%입니다.

우리 집 빚이 연소득의 2배가 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연 5천을 버는데 빚이 1억이 안 된다고 하면 그 정도 안에서는 오히려 빚이 늘면 소비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사실 빚도 신용이나 담보가 있어야 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자가용을 할부로 산다든지 이런 것들이 이 정도 빚 범위 안에서는 오히려 원활해지더라는 겁니다.

하지만 내 빚의 규모가 소득의 2배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빚을 내서 수중에 돈이 생겼을 텐데도, 소비가 줄기 시작합니다.

빠듯해지고 있어라고 느끼게 되는 빚 규모의 경계선, 그 선이 소득의 2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빚의 규모, 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2020년에 사상 처음으로 이 선을 넘었습니다.

이때 부채 증가폭이 아주 컸죠. 저금리였고, 부동산 영끌이나 주식투자 같은 이유로 빚을 너도나도 많이 질 때였습니다.

그 후에 빚을 잘 갚으면서 자산 관리가 됐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한 집들도 요즘 꽤 됩니다.

또 이번 조사에서도 새삼 확인됐지만 저소득층은 사실 빚 갚는 부담이 커져도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소득, 고소득층은 요즘처럼 원리금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 안 써도 되는 돈은 딱 안 쓰거든요.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게 또 경기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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