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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당 16만 원, '차량' 로드탁송 직접 해보니…

하루 일당 16만 원, '차량' 로드탁송 직접 해보니…
"무면허인 사람도 로드탁송 할 수 있는 상황이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어제(1일) 이른 새벽, 불 꺼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주변 도로는 거대한 인력 시장이 돼 있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장에 쌓여가는 기아 완성차를 제3의 차고지로 개별 운송하는 이른바 '로드탁송' 업무에 지원하려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 것입니다.

하루 일당은 대부분 16만 원, 경북 양산에 있는 물류센터까지 다녀오면 20만 원 넘게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교적 높은 임금에 앳돼 보이는 여성부터 60대가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백 명이 집결지를 찾아왔습니다.

이들 중에는 파업에 참여한 화물연대 조합원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트럭 기사라고 밝힌 이 남성은 "노조 방침에 따라 운행을 멈췄지만, 가만히 있으면 누가 돈을 주느냐"며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한 번이라도 로드탁송에 참여했던 사람들 상당수는 '우선 선발권'과 같은 추가 참여 요청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무작정 집결지를 찾아온 이들도 있었습니다.

빈자리가 생기면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탁송기사를 뽑는다는 소문에 새벽 4시부터 나와 자리를 지키기도 했습니다.

문자메시지를 미리 받은 '우선 선발자'들이 탁송 출발지로 향하는 버스에 모두 탑승하자, 무작정 집결지에 찾아온 이들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수동기어 운전하실 수 있는 분 0명'이라거나 '나이가 40대이신 분' 등 선발 조건이 내걸릴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손을 들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간절함이 묻어나왔습니다.

다행히 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없이 모든 희망자가 탁송 기사로 선발됐습니다.

40여 분 넘게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탁송 기사들에 대한 운전면허증 확인 같은 절차는 없었습니다.

한 탁송 기사는 "여러 차례 탁송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면허증을 확인한 적이 없다"며 "무면허거나 면허 취소됐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름·전화번호 등을 관리자(조장)에게 제출하기는 하지만, 운전만 할 줄 안다면 청소년도 신분을 속이고 탁송 업무를 할 수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탁송 차량을 운전하기 전 실시한 안전 교육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과속하지 말라'거나 '공장 내에서는 이어폰을 착용하지 말라'는 관리자의 당부가 안전과 관련한 유일한 언급입니다.

출발지인 기아 광주공장에 도착해서도 별다른 주의사항이나 안전 관련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고, 남아있는 차량을 서둘러 출발시키는 데 급급했습니다.

시트 높이와 사이드미러를 조정할 틈도 없이 내려진 출발 신호에 허겁지겁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시트와 핸들 등 내장재에 씌워진 비닐 위에서 장시간 주행해야 하는 낯선 감각도 생소했습니다.

차량에 부착된 내비게이션은 사용할 수 없어 개인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 중에 봐야하는 불편함과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운전에 집중하며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계기판 속도는 금세 60마일을 넘겼습니다.

시속 100㎞가 넘는 속도지만 자신도 모르게 과속을 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이 역시 '속도 단위가 다르니 주의하라'는 등의 주의 사항을 사전에 안내받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공지사항에 쓰여 있던 '계기판 60 초과 금지(마일 기준)'의 의미를 알아차렸을 뿐입니다.

무사히 도착한 목적지에서는 다른 탁송 기사의 사고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운전석이 국내와 달리 오른쪽에 위치한 수출용 탁송 차량을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차량도 무작위로 탁송 기사들에게 배정되면서 별다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목적지 도착한 로드탁송 차량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기아 광주공장 측에 입장을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우리 일이 아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기아 광주공장 관계자는 "로드탁송은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가 외주 업체를 통해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희가 정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글로비스 측에 주의를 당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의 한 관계자는 "외주 업체에서 운전면허증 확인 등을 하고 있고 규정에 따라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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