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북한은 미국, 일본보다 남한을 더 미워한다?

전 세계적인 월드컵 열기에서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세계 각국의 경기를 녹화 중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중계권이 있냐고요? 이번 월드컵의 한반도 중계권은 지상파 3사(SBS, KBS, MBC)에게 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상파 3사로부터 북한 지역 중계권을 양도받아 북한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집권 이후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에 불러들여 식사까지 같이 한 것만 봐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개인 관심을 떠나 스포츠는 독재 국가가 정권 보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국가 간 경기를 통해 고취되는 애국심이 정권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축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고 북한 주민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는 북한에서 주민들의 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북한 선수단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월드컵 경기를 녹화 중계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북한의 첫 월드컵 본선 출전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이었습니다. 당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탈리아를 1 대 0으로 누르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세계인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8강에서 포르투갈에 3 대 5로 패배했지만, 전반에만 3골을 먼저 넣는 저력으로 세계인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44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에 오른 북한은 첫 경기인 브라질 전에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1 대 2로 패하긴 했지만 나름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이러한 자신감은 두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을 북한 전역에 생중계하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북한이 월드컵 본선 경기를 북한 주민들에게 생중계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전은 북한의 참패였습니다. 무려 0 대 7로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의 7번째 골이 들어가자 북한 중계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장면이 그대로 TV 전파를 타고 북한 전역에 생중계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북한도 예선에 참가하기는 했습니다. 2019년 10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남한과 북한팀이 평양에서 맞붙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북한은 2차 예선 도중 남은 경기를 포기하면서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북한은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한 다음날인 11월 21일부터 월드컵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21일 메인뉴스(저녁 8시 보도)에서 월드컵 개막을 알린 데 이어 매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각 조별 경기 결과를 전하고 있습니다. 개막식에서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노래를 부른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11월 22일부터는 본격적인 녹화 중계가 시작됐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의 방송 현황을 모니터해 보니,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는 하루 세 경기씩, 27일부터는 하루 네 경기씩 녹화중계하고 있습니다. 본 경기보다 하루이틀 늦게 북한 주민들의 안방을 찾아가는 셈인데, 각 경기는 1시간 정도씩으로 줄여서 편집됐습니다.
 
그런데, 모든 경기가 녹화 중계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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