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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러 코미디언에 속은 폴란드 대통령…"러시아랑 전쟁 싫다"

'마크롱 대통령 사칭' 러 코미디언과 7분간 통화…"각별히 조심 중"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현지 시간 15일 폴란드에 떨어진 러시아제 미사일에 주민 2명이 사망해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된 직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한 통화에서 내비쳤습니다.

통화의 대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흉내 낸 러시아 코미디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러시아판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코미디언에게 두다 대통령이 속아넘어간 것입니다.

현지 시간 22일 영국 BBC 방송과 DPA통신에 따르면 이 러시아인은 지난 15일 두다 대통령을 속여 통화한 7분 30초짜리 녹취록을 러시아 영상 사이트인 '루튜브'에 공개했습니다.

폴란드 대통령실도 이날 통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두다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고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일은 오랫동안 국제사회 주요 인물을 사칭해 지도자들을 속여온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꾸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현지 시간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100여 발의 미사일을 퍼부은 가운데,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동부 국경 마을에도 미사일이 떨어져 주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폴란드에 러시아 추정 미사일 떨어져 2명 사망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 마을에 떨어진 미사일.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려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이 잘못 떨어졌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고 직후 이루어진 통화에서 두다 대통령은 이 러시아 코미디언에게 스톨텐베르그 총장과 나토 조약 4조 절차 시작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러시아 코미디언이 프랑스 억양을 흉내 내며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 고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던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한 "조약 4조만 말하는 거지 5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고도 말했습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당시 국제사회는 이번 일이 러시아의 폴란드 공격으로 판정되면 나토가 전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어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폴란드 대통령실은 세계 각국 정상들의 전화가 빗발치던 가운데 이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두다 대통령이 수상하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두다 대통령을 속인 러시아 코미디언들이 연락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경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한편, 이번 일을 벌인 러시아 코미디언들은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해 전화를 한적이 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속인 바 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 관영방송은 이들에 대해 한결같이 긍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BBC 방송은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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