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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여성 파일럿의 해고, 과정 들여다보니 '규정 절차 무시'

<앵커>

[전미순 씨 : 유리천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가 되기 때문에.]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에어서울에서 첫 여성 부기장이 된 전미순 씨입니다. 그런데 전 씨가 몇 달 전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실력이 없어서라는 건데, 해고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저희 끝까지판다팀이 취재했습니다.

먼저 김수영 기자입니다.

<기자>

전미순 씨 해고의 발단은 정식 부기장이 된 지 1년여가 지난 2020년 7월 비행이었습니다.

제주공항에 착륙할 때 기장의 지시로 엔진의 추진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내리는 '파워온랜딩'을 시도했습니다.

[전미순/전 에어서울 부기장 : 제가 매뉴얼에 나와 있지도 않았었고 한 서너 번을 기장님 말씀하신 걸 계속 반복해서 이게 맞습니까?]

결과는 이른바 '하드랜딩', 동체에 충격이 가해지는 착륙이었습니다.

[에어서울 조종사 : '파워온랜딩'을 해야될 정도로 그렇게 기상이 좀 특이했다라고 그러면 부기장을 시키면 안 되죠.]

회사 측도 기장의 지시가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에어서울 고위관계자 : ○○ 기장을 처벌해야 되겠구만. 파워온랜딩이라고 우리 매뉴얼에 있어?]

어쨌든 항공기 점검이 필요한 비교적 엄중한 실수였기 때문에, 전 씨는 그해 10월 비행 자격심사를 받게 됩니다.

승객 192명을 태우고 김해공항에 내리는 과정에서 심사관은 고도 6천 피트부터 매뉴얼 비행, 즉 수동비행을 지시합니다.

고도 1천 피트 정도에서 수동 비행으로 바꾸는 일반적인 관행과 다른 지시였습니다.

게다가 조종과 관제탑 교신 등 기장과 부기장이 나눠 맡는 역할을 전 씨 혼자 수행하도록 요구했다고 합니다.

[에어서울 조종사 : 6천 피트에서 매뉴얼(수동비행)로 전환하라 했다고 그러면 착륙할 때까지 그 피로가 생겨요. 정신적으로 분산이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항공업계 관계자 (전직 조종사) : '두고 보자, 진짜 한번 해봐라'(라는 의도죠). 이렇게 되면 실수를 안 하기가 굉장히 쉽지 않습니다.]

결과는 착륙 때 어느 정도 충격이 있는 '러프 랜딩'이었습니다.

김해에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까지 왕복 과정을 심사하는 게 원칙이지만, 심사관은 본인이 부기장석에 앉고, 전미순 씨는 뒷좌석에 앉힌 채 돌아왔다고 합니다.

항공일지에는 전 씨가 부기장 역할을 한 것으로 썼다가 나중에 고쳤습니다.

편도 심사나 항공일지 허위 작성은 모두 항공안전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엿새 뒤 전미순 씨에게 내려진 징계는 '강격', 부기장직 박탈입니다.

전 씨는 국토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국토부는 왕복심사 원칙과 조종사 자격 심의 절차를 지키고, 항공일지 수정 절차를 강화하라는 권고 조치를 내립니다.

이에 따라 재심사를 했지만, 또 불합격 판정이었고 1년 넘게 훈련과 비행 기회를 주지 않다가 올 초 재자격 훈련을 거친 뒤 지난 8월 최종 해고 처리했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 비행 심사라는 게 수백 가지를 보는 거예요. 그 많은 것 중에 뭐를 하나 딱 꼬투리를 잡으면 아무리 잘하는 애도 걸리게 돼 있어요. 여기가 그래, 이 세계가….]

에어서울은 전 씨가 세 차례 심사에서 모두 기량 부족으로 탈락했고, 특히 최종 심사에서는 전 씨가 지정한 심사관을 배정했지만 불합격했다며 고객 안전을 위해 전 씨를 인사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양현철, 영상편집 : 윤태호, CG : 류상수·손호석,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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