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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남성, 폰엔 수상한 카톡…'성범죄 피라미드' 있었다

<앵커>

성매수를 한 남성들을 몰래 촬영해 협박하고 돈을 뜯어낸 뒤 윗선에 상납하는 이른바 '피라미드형 성범죄'가 조직적으로 벌어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수백 명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김지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서울의 한 건물 주차장.

차량 안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의 휴대전화에서 수상한 메시지가 발견됐습니다.

익명의 계정으로부터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 문자가 왔던 것입니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카카오톡 메시지인데, 남성의 성매매 영상과 함께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에게 영상을 보내겠다"는 내용의 협박이 담겨 있었습니다.

남성은 1천만 원 이상의 돈을 보냈지만 더 큰 돈을 보내라는 협박이 계속됐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을 협박한 사람은 30대 남성 A 씨로, A 씨는 조건만남으로 알게 된 미성년자 B 양과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인근의 숙박업소를 1주일 단위로 예약한 A 씨는 SNS에 '미성년자 성매매' 키워드로 글을 올려 성매수남을 모았습니다.

A 씨가 설치한 몰카에 성매수 남성들의 영상이 담겼고, B 양은 남성들의 휴대전화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깔아 각종 정보를 빼냈습니다.

불법 촬영 영상과 빼돌린 연락처는 고스란히 협박에 사용됐습니다.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A 씨에게 불법 촬영을 당한 뒤 협박을 당한 성매수 남성은 3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자신도 "지난 7월 누군가로부터 '몸캠 피싱'을 당했고, 이후 협박을 받아 범행에 동원됐다"고 진술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을 '중국에 사는 40대 형님'이라고 밝힌 이른바 '윗선'의 지시로 범행해 받은 돈을 모두 상납했고, 범행 설계도 윗선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수백 명이 두 달간 모두 20억여 원을 이 윗선에게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돈은 다시 400여 개의 외국인 명의 계좌로 쪼개져 빠져나갔습니다.

전국에 들어온 신고만 수십 건, 경찰은 이번 사건에 수백 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A 씨와 B 양을 검찰에 송치한 경찰은 윗선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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