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종식에 팔걷은 G20…파열음 속 정상선언 채택 성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틀 일정을 마치고 폐막됐습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이 나올 만큼 전 세계가 분열상을 드러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정상 선언문(leaders' declaration)을 채택하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G20 정상들은 회의 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춰야 한다며 러시아를 압박했습니다.

이번 회의의 의장인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 이어 두 번째 날 회의에서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세계 경제 위기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G20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틀 연속으로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나선 겁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첫날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해 "지금이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압박에 동참하지 않던 중국과 인도도 전쟁 종식을 촉구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수낙 총리 취임 후 첫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야만적'이라며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이 같은 발언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이 G20을 정치화한다"며 이번 '특수군사작전'은 나토의 확장이 러시아를 위협해 벌어진 일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가장 큰 관심은 G20 정상들이 의견을 모아 정상 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는 정상 선언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싶어했지만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 등이 이를 반대해 정상 선언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장관급 회의에서는 공동선언문을 내지 못 하고 의장이 회의 내용을 설명하는 의장 요약(chair's summary)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며 정상들을 압박했습니다.

그 결과 G20 정상들은 '대다수 회원국'이라는 제한적인 표현과 "이 상황에 대해 다른 견해와 다른 평가도 있다"라고 첨언하는 절충안을 통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또 러시아가 원했던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 대신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전쟁 대신 '위기'라는 단어를 쓰길 바랐지만 서방 국가의 의견을 수용했다며 개발도상국들이 주요 7개국(G7)과 중국-러시아 동맹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면서 선언문 내용을 조율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첨예한 문제가 해결되자 G20 정상들은 식량 위기 상황이나 세계 경제 위기, 기후 위기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오늘(16일) 오전에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크게 술렁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했습니다.

때문에 이날 오전에 예정돼 있던 일부 행사가 축소되고 뒤로 밀리는 등 G20 정상회의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다만 이 미사일이 러시아발이 아닌 우크라이나군의 오발탄일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지면서 회의는 재개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러시아와 브라질, 멕시코를 제외한 17개국 정상이 직접 발리를 찾으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많은 정상이 찾은 G20 정상회의가 됐습니다.

다음 G20 정상회의는 내년 9월 9∼10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사진=빈센트 피케트 인도네시아 주재 유럽연합(EU) 대사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