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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시위'에 말문 연 이란 감독 "선수도 표현의 자유 있어"

'히잡 시위'에 말문 연 이란 감독 "선수도 표현의 자유 있어"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전역을 휩쓴 이란 축구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선수들도 월드컵 중 자유롭게 의견을 드러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케이로스 감독은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사람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월드컵의 규정을 준수하고 그 정신을 어기지 않는 이상 다른 나라의 선수들처럼 자유롭게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이란에서는 '간판' 사르다르 아즈문이 소셜 미디어에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표팀 선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여대생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이후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국이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하자 아즈문은 "이란의 여성과 민중을 죽이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에 대한 처벌이 국가대표 제외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설령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가대표 경기(A매치) 통산 65경기에서 41골을 넣은 아즈문은 기량으로 보면 월드컵 출전에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런 정치적 입장 탓에 대표팀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실제 월드컵 엔트리 발표날은 지난 13일이었지만, 케이로스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아 이란축구협회가 다음 날로 연기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란 언론들은 "이란 정부가 이란 축구협회와 케이로스 감독에게 아즈문 등 최근 반정부 시위를 지지했던 선수들을 월드컵에 데려가지 말라고 압박 중"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케이로스 감독이 25인의 월드컵 최종 명단에 아즈문을 포함하면서 논란은 사그라 들었지만, 아즈문을 필두로 이란 선수들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월드컵에서 정치적 제스처를 취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어제 케이로스 감독은 대표팀과 프로축구리그 경기 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쳤던 잉글랜드를 비교하며 '정치적 행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중에 무릎을 꿇곤 했는데, 누구는 이에 찬성했고 누구는 반대했다"며 "이란도 정확히 그와 같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무엇보다 승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케이로스 감독은 "대표팀은 역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며 "선수들은 꿈을 위해 싸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16강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번 대회가 4번째 월드컵입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조국 포르투갈을 지휘했던 케이로스 감독은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이란 대표팀을 이끌었습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은 잉글랜드, 웨일스, 미국과 함께 B조에 편성됐습니다.

이란은 오는 21일 잉글랜드와 첫 경기 전에 도하에서 튀니지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군경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13일에는 시위 관련자에게 처음으로 사형이 선고됐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란 사법부는 이 시위자에 정부 청사 방화와 공공질서 저해, 국가안보 위반 공모죄를 적용했다며 "신의 적이자 세상의 타락"이라는 점도 죄목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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