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 북핵 위기 속 회담…시진핑, 말에 '뼈' 담아 견제 날렸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 한미 동맹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견제구로 보이는 발언도 했습니다.

우선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이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관계를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 협력의 잠재력도 강조했는데 한중 FTA 2단계 협상 가속화 필요성도 거론했습니다.

이렇게 협력을 말하는 동시에 뼈가 담긴 발언도 있었습니다.

시 주석은 "공동으로 국제 자유무역 시스템을 수호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협력을 정치화, 안보화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는 행보에 동참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은 최근 각국과의 외교 소통 때마다 이런 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공급망 안정을 한중이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한 것은 한국의 참여가 유력시되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대화 이른바 '칩4'를 겨냥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와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상호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언급은 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라는 요구와도 연결된다는 해석입니다.

과거 중국 측 인사들은 사드 갈등과 관련해 한중 고위급 사이 정치적 상호 신뢰 부족이 갈등의 최대 원인이라는 인식을 피력해왔습니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핵 대응 차원에서 취하는 조치가 중국의 안보상 이익을 저해하지 않도록 전략적 상호 소통과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담에서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던 북핵 문제와 관련한 양국 발표에서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중국 측 회담 결과 발표문에 북핵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