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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줄자 소라·전복까지…뜨거운 '바다 숲'의 경고

<앵커>

지구 온실가스 농도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로 생긴 열의 90% 이상은 바다로 흡수되기 때문에 바닷물의 온도 역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바다 아래 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탐사보도, 서동균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에메랄드빛의 제주도 바다입니다.

지난해 제주 해역의 평균 수온은 16.51도로, 30년 전보다 평균 0.5도가량 올랐습니다.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이후 170년 동안 1.1도 올랐던 것에 비하면 수온이 매우 빠르게 상승한 겁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서동균 기자 : 이곳은 수심 15m의 바다입니다. 바닥에 이렇게 해조류가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요.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조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바다를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흔하디흔했던 감태와 같은 해조류는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 대부분은 산호나 말미잘로 덮여 있습니다.

말미잘 안에는 열대어종인 흰동가리의 알이 있고, 산호도 열대종인 거품돌산호가 가장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김이나 미역 등 해조류가 크게 줄었고, 그 해조류를 먹고 살던 소라나 전복 역시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매옥/해녀 : 자연산이 없고, 소라 같은 건 감태나 미역이나 그거 먹고 자라는데…. (우리는)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했는데 앞으로는 잡을 것도 없고.]

해초라고 불리는 바다 식물 잘피도 수온 상승으로 터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연구팀과 함께 살펴보니 2018년까지만 해도 있었던 해초가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모래만 남아 있습니다.

해초는 주로 연안에 서식하며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저장하는데, 열대우림만큼이나 탄소를 포집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수질도 개선하고 다양한 어류의 산란장이기도 한 바다 숲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겁니다.

[박상율/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제주도는 수온 상승이 뚜렷하게 증가되고 있고 그렇게 발견되는 수온 상승에 의해서 점점 (해초) 면적들이 줄어드는….]

1940년대와 비교해 전 세계에서 서식지가 30% 이상 줄었는데, 키도 점점 작아지면서 저장하는 탄소의 양도 줄고 있습니다.

해초가 준다는 건 기후변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종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녹색 빛으로 가득한 바다, 가까이 가보니 파래가 수면을 뒤덮었습니다.

구멍갈파래라는 아열대종인데, 번식력이 워낙 빨라 하얗게 변해버린 사체가 모래사장에 가득합니다.

[오상돈/제주도 서귀포시 : (치워도 계속 생기는 거죠?) 그렇죠. 해마다 더 늘어나죠. 우리가 보통 여름철에는 한 번 치울 때 300톤 정도 치워요.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양이 많아지는 편이죠.]

처치 곤란한 파래의 활용 방안을 국내 연구팀이 찾고 있지만, 아직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손영백/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특성연구센터장 : 겨울 되면 얘들이 죽거나 사라져야 하는데 지금 제주 연안 같은 경우는 문제가 수온이 이미 파래들이 살 수 있는 충분한 수온까지 올라가 있다 보니까.]

제주 해역과 동중국해 지역은 미국 해양대기청이 선정한 온난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

수온 상승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무려 3.5배나 빠릅니다.

최근 한 해외 연구팀은 최악의 수온 상승이 계속될 경우, 2100년쯤에는 바다 생물의 90%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지금 바다는 생태계 변화를 통해 우리 삶에 위기 경보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김슽애,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김정은·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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