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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시간 버틴 광부 "'오리백숙 팔팔' 인터폰 농담도 힘"

<앵커>

경북 봉화 광산 지하 갱도에 고립됐다가 열흘 만에 구조된 광부 2명이 입원 치료를 마치고 오늘(11일) 퇴원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작업반장 박정하 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G1방송 윤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190m 지하 갱도에서도 희망은 놓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못 밟을 줄 알았던 고향 땅, 끝내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작업반장이었던 박 씨와 열흘간 갇혀 있던 건 광부로 일한 지 겨우 나흘 된 동료였습니다.

[박정하/봉화 아연광산 작업반장 : 여기서 마음이 흔들려버리면 자꾸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침착해야 된다. 너하고 나하고 힘을 합치면 탈출구는 분명히 나올 것이다.]

80년대 청년 시절부터 정선 사북에서 광부로 일했던 박 씨는, 2004년 동원 탄좌 폐광 이후 생계를 위해 경북 봉화의 아연 광산에서 일했습니다.

지하 갱에서 남은 건 꺼져가는 랜턴과 다 떨어진 믹스커피 봉지뿐이었습니다.

어둠에서도 생각났던 건 소주 한 병.

농담 한마디가 힘이었습니다.

[박정하/봉화 아연광산 작업반장 : '뭐 드시고 싶으세요' 그래서 '소주 한 병요'. 시커멓게 그을린 인터폰이 있어요. 외부하고 통화하는. 안 되지만 눌러요. '오리백숙 하나 해주시는데 그 안에 전복 한 2개만 팔팔 끓여서 해놓으세요.' 그런 식으로라도 (마음을 달래보고 싶었고)]

정선군 폐광근로자 협회의회를 만들어 산업 역군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애써왔던 박 씨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정부의 안일한 광산 안전 관리 실태도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박정하/봉화 아연광산 작업반장 : 바지에 흙 하나 안 묻히고 돌아서서 왔다 갔다 하다가 펜으로 하는 그런 걸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가서 만져보고, 두들겨보고, 흔들어보고. 저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는지.]

끈질긴 의지로 국민에게 희망을 전달한 박 씨.

남은 생은 열악한 광산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현걸 G1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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