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레터 이브닝(11/10) : 콕 집어 'MBC 배제'…도마 오른 대통령의 언론관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대통령이 외국 방문할 때 통상 공군 1호기인 전용기를 이용하고, 출입기자단도 동승하죠. (탑승 비용은 지불합니다) 윤석열 열 대통령은 내일(11일)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는데요, 어젯밤 대통령실이 MBC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통보해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정 언론에 대한 불이익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언론계가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공동대응하고 있기 때문이죠. 윤 대통령의 언론관도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10일) 출근길에 "특정 언론사에 대해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는데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기자 여러분들도 그렇고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죠. 


윤 대통령은 MBC 배제 이유를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는데요, 대통령실이 어제(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이유를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죠. 그 내용을 소개할게요.  


MBC가 순방 취재 과정에서 왜곡 보도를 할 수 있으니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거죠. 결정적인 건 MBC의 '이XX' 발언 보도라고 봐야죠.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미국 뉴욕에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고 한 말을 MBC가 처음 보도하면서 ▲▲▲ 자리에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넣어서 보도했는데요,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라고 주장하면서 MBC 때리기를 계속해왔죠. 윤 대통령도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한 적 있고요.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에 MBC만 배제하려고 했지만 언론사들이 공동 대응하면서 일이 커지고 있네요. 우선 대통령실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겠다는 언론사도 있는데요, '한겨레'가 SNS 계정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로 대응한다고 밝혔네요. '한겨레'는 "이번 순방에서 문화방송(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용기 탑승 거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기자단도 회의를 연 뒤 항의성 입장문을 냈는데요, 이번 결정을 조속히 철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실 중앙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의 입장문을 볼까요. "대통령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실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일방적 조치로 전체 출입기자단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 "대통령실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다"는 내용이네요.
   
대통령실 기자단 입장문에는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취재를 '취재 편의 제공'으로 접근하는 데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드러나 있는데요, 언론인 단체도 비슷한 입장의 긴급 성명을 냈습니다.  


언론노조와 방송기자연합회, 기자협회 등 언론인 단체는 성명에서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 비용은 각 언론사들이 자비로 부담한다. 마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취재진은 민항기 기준에 맞춰 탑승 비용을 내고 있죠. 공짜로 타는 건 아닙니다. 또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고요, 그 안에서 이뤄지는 브리핑과 취재도 공익성이 강한 활동이죠. '그동안 편의를 제공해왔다'는 표현은 기자단에 시혜를 베풀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건데요, 사실의 측면에서나 저널리즘의 측면에서나 적절치 않아 보이네요. 

또 대통령이 MBC 배제의 이유로 '국익 훼손'을 들고 있지만 '정권의 이익'을 훼손했기 때문 아니냐는 반박도 나오고 있죠. '불편하고 미운 언론에 분풀이'하고 있다는 반박이죠.        
 
민주당에서는 한 목소리로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여권 인사들의 생각은 온도차가 있네요.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권성동 의원 등은 대통령실 결정을 옹호하고 있죠. 


기자 출신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언론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을 금지한 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자실을 대못질한 사례가 있다. 이런 게 언론탄압이고 통제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MBC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대통령실 결정을 두둔했네요. "언론도 언론의 탈을 썼다고 다 언론이 아니다. MBC는 편파·왜곡 방송을 했다. MBC를 언론으로 규정하는 것이 맞느냐,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하면서 "(전용기에) 어느 기관을 참여시키냐는 대통령실이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죠.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유보적인 입장이네요. 한덕수 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 국외 출장 관련이니 배경이나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용산(대통령실)에 확인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기자가 이번에는 '국무총리 국외 순방에서도 일부 언론의 전용기 탑승을 보류하는 방안을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는데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그러한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통령과 조금 다른 언론관을 드러냈죠.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견을 보류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과 언론은 긴장이 필요한 관계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백악관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기자) 여러분들은 아첨꾼이 아니라 회의론자여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한테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라고 말했는데요,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를 잘 설명한 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오바마 고별 기자회견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오바마는 "물론 모든 기사를 다 좋아했다는 건 아니다"고 했는데요, 오바마도 기자들의 송곳같은 질문과 뜨끔한 질타를 수없이 받았겠죠. 그래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한다'면서 "충분한 정보를 가진 시민들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권력의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자가 바로 여러분이다"고 한 말은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러시아 징집병의 이별 장면이에요. 크름반도의 한 기차역에서 러시아군 주둔지로 떠나는 징집병이 열차 창문에 입맞추며 가족과 이별하고 있는데요, 전장으로 떠나는 이별이어서 더 가슴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