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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 쌍방울② 김성태와 내부자들, 대한민국에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안녕하세요. SBS 탐사보도부 고정현 기자입니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인데, 쌍방울그룹의 전 회장 김성태의 일생을 보면 이 대사가 머릿속에서 가시 질 않습니다. 쌍방울 주가조작으로 집행유예, 추징금 0원. 불법 사채로 벌금 1500만 원. 그리고 공교롭게도 검찰수사기밀이 유출된 직후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의 성장스토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김성태, 쌍방울 인수 직후 주가조작과 함께 측근으로 주요 임원직 차지

2010년 1월 쌍방울을 인수한 직후, 김성태는 회사 주요 등기 임원에 측근들을 대거 내리 꽂습니다. 최모 대표는 불법 대부업 시절부터 함께한 측근이고, 박모 이사는 자신의 운전기사죠. 감사 자리에는 고향 선배이자 사채업 시절부터 사업파트너 오모 씨를 사외이사는 자신의 동생입니다. 모두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이죠.
 
#전 쌍방울그룹 관계자
(김성태 경영스타일은) 공채보다는 이제 사적채용들이 많았고 사조직이 있다고 했잖아요. '개인사적인 일을 하기 위한 조직들이 있다'라고. 피보다 진한 가족. 가족 같은 집단이라.
 
이후 쌍방울그룹 계열사 곳곳에 측근은 물론, 자신의 가족들을 노골적으로 임원으로 채용합니다. 저희가 확인한 인물만 계열사에 남동생과 여동생, 부인, 처제, 동서, 제수 등이
포진해있었습니다.
 
#김성태 인척 | 쌍방울그룹 임원
저희가 가족이잖아요. 할 말이 없어요. 김성태 회장님이라는 분이 저희랑 이게 겸상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에요.
 
친인척이 겸상조차 할 수 없는 김성태는 측근과 가족으로 회사를 장악한 뒤 회사 돈을 사금고처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부인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가족들 명의로 된 회사와 돈 거래를 하거나 전환사채를 사고팝니다.
 

7개 계열사에 법조인 사외이사 17명…자신을 구속 시킨 검사까지 사외이사로

쌍방울그룹은 최근까지 7개 회사가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이를 김성태 측근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가 지배하는 구조였는데요. 지난해 3월, 계열사 중 하나인 비비안 사외이사로 김모 변호사가 영입됩니다. 바로 2014년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성태를 구속시키고 재판에 넘겼던 바로 그 검사 출신 변호사였습니다.
 
#비비안 전 사외이사(검사 출신 변호사)
변호사 개업을 한 마당에 (김성태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했던 거고. 그렇게 언론 나오고 그래서 (최근에) 그만둬 버렸습니다.
 
자신을 수사했던 검사를 회사 돈으로 월급을 주는 사외이사로 영입한 김성태. 김 변호사 케이스는 김성태의 경영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SBS 끝까지판다팀이 김성태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이후 임명된 쌍방울그룹 7개 회사 사외이사 명단을 전수 조사해봤습니다. 모두 41명이 임명됐는데, 법조인이 17명, 관료와 정치인 출신이 11명, 직계 가족 2명 등이었습니다. 특히나 법조인 중에는 검사 출신이 9명, 판사와 고위 경찰 출신이 각각 1명씩 포함됐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대부분 사외이사들은 보수가 얼마 되지 않고, 경영에 개입한 일도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쌍방울그룹 현 사외이사(법조인 출신)
(월) 300만 원 받았고, 그거 가지고 사무실 조금 유지하는데 운영하는데 좀 도움되고 이러는 거지. 그렇다고 그쪽 사건을 맡은 것도 하나도 없어요.
 

사외이사인가 개인 변호사인가…지금까지 이런 변호사는 없었다

'사외이사', 대주주의 전횡이나 불법 경영 행태를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입니다. 쌍방울 그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답변은 참 황당한 답변인데, 아예 한 발 더 나가서 김성태의 불법 행위를 변호해준 사외이사도 있었습니다. 2011년부터 16년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양모 변호사,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김성태의 남동생 김모 쌍방울 관리이사의 1~2심 재판에서 김씨의 변호사였습니다.

2014년부터 20년까지 광림 사외이사를 지내다 지금은 쌍방울 사외이사인 맹모 변호사, 양 변호사와 함께 김 씨를 변호한 건 물론, 쌍방울 주가조작사건에서 김성태를 직접 변호하기 까지 했습니다. 사외이사인지, 김성태의 개인 변호사인지 헷갈릴 정도죠. 김성태가 전관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이유, 계열사 임원을 지낸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쌍방울그룹 전 사내이사(법조인 출신)
사채업을 하다가 회사를 가지고 기업을 통해서 조직을 키우네, 이런 얘기들이 한참 나올 때고 그러니까.ㅡ 평범한 변호사보다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필요했겠지.
 
법률 리스크가 생길 걸 대비해 전관 출신 사외이사를 내세웠다는 김성태, 그 김성태의 '혜안'이 올해 빛을 발했습니다.
 

검사 출신 사외이사의 수사 대비…수사기밀 유출 직후 출국한 김성태

2020년 초부터 2년간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사건 등 김성태와 쌍방울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 되자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올 3월부터 쌍방울그룹 수사에 대한 법률 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쌍방울 계열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A씨가 수사 자료를 빼돌려 이모 변호사 측에 전달했고, 그 6일 뒤 김성태는 싱가포르로 출국했습니다.
 
#이모 변호사(검사 출신)
(수사기밀 유출 지시하신 건가요) 재판 중이라 나중에...
(심각한 윤리 위반 행위 아니에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수사기밀 유출 직후 해외로 도망친 김성태는 5개월 넘게 검찰 수사망 바깥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의라는 달달한 말이 남아있긴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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