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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열차 수십 대가 밟고 지나갔다"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의 호소

코레일, 올해만 사망사고 4건…사고 직전 '이상 경고'

[Pick] "열차 수십 대가 밟고 지나갔다"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의 호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30대 직원이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작업 도중 화물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 사망사고 유족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진상규명을 호소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8시 반쯤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작업을 하던 A 씨(34)가 기관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중앙지방고용노동청에서 부분 작업 중지 명령서가 발부됐고, 이에 따라 오봉역에서 출발 또는 도착하는 시멘트 열차의 운행이 중지됐습니다.

사고와 관련해, 어제(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레일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경기 의왕시 오봉역 노동자 사망 사고 유족이 쓴 글 (사진= 네이트판)

글쓴이 B 씨는 사망사고 피해자 동생이라고 밝히며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며 글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 관련 유족 B 씨에 따르면, 당초 A 씨는 2018년 코레일 입사 당시 사무영업으로 채용됐으나 수송 쪽으로 발령 나 현장직에 투입됐습니다.

이후 A 씨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동기 한 명이 다리 절단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원하는 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선배들의 회유와 고민 끝에 오봉역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봉역

그러던 중 A 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봉역에서 화물차 연결 작업을 하다 열차에 부딪혀 숨졌습니다.

B 씨는 사고 당일을 회상하며 "오빠가 생일을 앞두고 엄마 선물 사서 부산 가겠다고 전화했다. 근데 전화 끊은 지 3시간도 안 되서 오빠가 열차에 깔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오빠가 좋아하는 음식 사서 신나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받은 전화 한 통은 지옥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빈소로 달려간 유족은 "코레일 관련 직원들이라며 온 분들은 슬퍼하지도 미안한 기색도 하나 없이 그저 일하고 계셨다"며 "사고와 관련해 물어도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고, 오빠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은 동태와 반응 살피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A 씨 유족은 사고 기사에 댓글을 달며 "오봉역에서 사고가 잇따라 늘 불안했는데, 결국 나아진 건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의왕 오봉역서 코레일 노동자 열차에 치여 숨져
A 씨 유족은 사고 다음날 현장을 찾았고, 상상도 못 할 만큼 열악한 곳이었다고 전했습니다.

B 씨에 따르면 "오빠는 매일 저 크고 높은 열차들을 일일이 손으로 연결하고 떼고 위치 바꾸고 열차에서 매일 뛰어내리고 오른다고 발목 염증은 나을 수 없었다. 열차가 지나가면서 튀는 자갈들로 인해 여기저기 시퍼런 멍들도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철길 옆은 울창한 담쟁이 덩굴로 뒤덮힌 철조망으로 인해 사고가 나도 도망칠 공간도 없었다. 밤에는 불빛조차 환하지 않아 어렴풋이 보이는 시야 속에서 일했고 유일한 소통 수단인 무전기 또한 상태가 좋지도 않았다"며 작업 환경을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한 코레일 직원은 사고가 난 오봉역을 '어디서 사람이 죽어도 알 수 없는 곳'이라고 표현했고, 전국에 있는 철도 기지 중 가장 열악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B 씨는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무거운 열차 수십대가 중간에 멈추지 않고 오빠를 밟고 끝까지 지나갔다"며 "저 많은 열차를 숙련된 사람이 아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두 명이 그 일을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 1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이상하다는 걸 빨리 인지해서 멈췄더라면, 피할 공간이 넓어서 빨리 도망쳤더라면, 사전 예방을 했더라면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B 씨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런 사고가 있는지 몰랐다", "정말 안타까운 사고가 묻힌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널리 퍼져서 다시는 이런 일이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등 반응을 보이며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고 직전 '이상 경고' 떴다... 코레일, 올해만 4번째 사망 사고

의왕 오봉역서 30대 직원 작업 중 사망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SBS 취재 결과 A 씨는 사고 당일 작업 중이던 선로 전환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고, 열차가 옆 선로에 서 있던 A 씨에게 돌진해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역에는 위험을 알리는 조명도, 경보기도 없었고 선로 옆으로 피할 공간조차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고 몇 시간 전에 이미 전환기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 신호가 떴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철도노조는 어제(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봉역은 동선이 길어 수송원이 2인 1조 작업 시 지상에서 때로는 뛰어다녀야 할 정도로 작업량이 과다하다"며 오봉역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봉역은 선로 간 간격도 좁아 작업 통로가 설치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입환 작업(열차 차량 연결·해체 작업) 중 사망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며 "3인 1조로 입환 작업을 했다면 선로 전환기 인근에 한 사람이 고정 배치돼 나머지 두 명의 안전이 보장됐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코레일 사업장에서만 벌써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이틀 전(3일) 철도 관계기관들이 모여 안전을 약속하며 철도안전 비상대책 회의도 열었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잇따라 벌어지는 사고에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코레일의 인식 전환과 더불어,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공공기관장 가운데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국토부는 코레일에 대해 특별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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