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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쌍방울 간 전관들…수사 정보 빼내고, 도피 돕고 (풀영상)

<앵커>

저희 끝까지 판다팀은 어제(3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어떻게 돈을 모았고, 또 쌍방울을 인수했는지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불법 대부업체를 차명으로 운영하고 주가 조작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던 김 전 회장은 기업가로 변신한 뒤에는 법조인 출신을 대거 사외외사로 영입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주가 조작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도 있었습니다.

먼저, 고정현 기자가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에 김 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취임했습니다.

지난 2014년 쌍방울 주가 조작 사건 수사 검사 출신입니다.

쌍방울그룹 법률 자문을 해주며 오랫동안 김성태와 친분을 유지해온 검찰 출신 변호사가 연결시켜줬다고 했습니다.

[비비안 전 사외이사 (검사 출신 변호사) : 변호사 개업을 한 마당에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했던 거고. 그렇게 언론 나오고 그래서 그만둬버렸습니다. 그 사람(김성태) 만난 게 딱 한 번밖에 없어요.]

끝까지 판다팀은 김성태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이후 쌍방울그룹 계열사에 임명된 사외이사를 전수조사했습니다.

모두 41명이 사외이사 감투를 썼는데, 법조인이 17명, 관료와 정치인 출신이 11명, 직계가족 2명 등이었습니다.

법조인 중에서는 검사 출신이 9명, 판사와 고위 경찰 출신이 각각 1명씩이었습니다.

쌍방울그룹에서 일했던 법조인 출신들은 스스로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쌍방울그룹 전 사외이사 (법조인 출신) : (김성태가 법조인을 사외이사로) 많이 좀 걸어놨던데, 그거는 어떤 법률적인 리스크가 발생을 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 아니었을까요?]

[쌍방울그룹 전 사내이사 (법조인 출신) : 사채업을 하다가 회사를 가지고 기업을 통해서 조직을 키우네, 이런 얘기들이 한참 나올 때고 그러니까. 평범한 변호사보다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필요했겠지.]

지연이 주로 작용했습니다.

[쌍방울그룹 현 사외이사 (법조인 출신) : 나도 사실은 고향 사람들 때문에 서로 알게 돼서 그냥 했는데 비상임이고 하니까.]

[쌍방울그룹 전 사외이사 (정치권 출신) : (사외이사에) 저만 있는 게 아니라 정치권 사람들도 많이 있고, 저야 뭐 전북이 고향이기 때문에… (김)성태를 알죠, 제가.]

이렇게 영입된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경영 감시를 할 리가 없었습니다.

[쌍방울그룹 전 사외이사 (정치권 출신) : 연말 행사 있을 때 그런 때나 한 번 얼굴 보고 그러지, 뭐 회사 갑니까? 그거(사외이사 보수) 뭐 세금, 세금 지우면 뭐 있어요? 그거.]

[쌍방울그룹 현 사외이사 (법조인 출신) : 300만 원 받았고, 그거 가지고 사무실 조금 유지하는 데 운영하는 데 좀 도움되고 이러는 거지. 그렇다고 그쪽 사건을 맡은 것도 하나도 없어요.]

자신들에게는 용돈 수준의 수입원이나 사건 수임을 위한 발판 정도라는 것입니다.

김성태와 그 가족의 주가 조작 사건에 변호인으로 직접 나선 사외이사들도 있습니다.

경영을 감시하고 오너의 전횡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제도가 법조와 정치권의 엘리트를 뒷배로 두고 전관예우의 이득을 보려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하륭,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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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이런 검찰과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들은 김성태 전 회장의 든든한 배경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범죄에 직접 가담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외국에 머물고 있는데, 출국 과정에도 검찰 출신의 사외이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보입니다.

이어서,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 수사관 출신 A 씨는 2년 전 쌍방울 계열사 임원으로 옮기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도 받지 않았습니다.

70만 원 과태료로 무마됐고 이후 쌍방울그룹 '감사' 직함으로 일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A 씨는 후배 수사관에게 부탁해 쌍방울그룹 배임, 횡령 사건의 수사 대상자와 수사될 범죄 사실 등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후배 집 앞 주차장에서 전달받았습니다.

A 씨는 다음 날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에게 다시 건넸습니다.

쌍방울 사외이사인 이 모 변호사는 쌍방울그룹 전반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해주며 쌍방울그룹 배임, 횡령 사건 수사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던 사람입니다.

이 변호사가 자료를 넘겨받은 지 사흘 만에 쌍방울그룹 자금을 관리하던 재경총괄본부장이 캄보디아로 도주했고, 그로부터 또 사흘 뒤 이 변호사가 수사기밀 자료를 PDF 파일로 만든 날, 김성태가 싱가포르로 출국했습니다.

[이 모 변호사 : (수사기밀 유출 지시하신 건가요?) 재판 중이라 나중에…. (심각한 윤리 위반 행위 아니에요?) …….]

유출된 수사기밀에 바탕한 법적 조언이 잇따른 도주의 계기로 의심이 되지만, 범인도피죄는 적용되지 않았고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김선웅/변호사 : 검찰이라든지 법조계의 민낯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법조계의 카르텔을 이용한 거래 관계가 있는 거 아니냐'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 씨 측은 "수사기밀 자료의 출처를 알지 못했고, 부정한 목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재판에서 고수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김경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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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성태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배상윤 KH그룹 회장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거액이 오가기도 했는데, 배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희가 과거 판결문을 통해 배 회장의 과거를 추적해봤습니다.

정반석 기자입니다.

<기자>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약 1년이 지난 1991년 10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도끼와 칼, 낫이 동원된 조폭 간 세력 다툼이 벌어집니다.

'팔레스호텔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인데, 당시 언론에는 20여 명이 맞붙어 1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3명이 중상을 당한 것으로 나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검찰의 공소 사실에는, 1980년대 전남 영광 일대 '난초파'라는 불량 서클에서 활동했던 배상윤 등이 이 사건에 개입한 뒤 건달 세계에서 위명을 떨쳤다고 돼 있습니다.

이후 서울 종로 일대 전자오락실 주변을 무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업소 지분을 탈취했다는 것입니다.

배상윤은 1998년 강도상해, 도검 소지, 상습도박, 공갈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습니다.

검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배상윤과 김성태의 교류 흔적은 2007년부터 확인됩니다.

'도쿄에셋' 간판으로 불법 대부업을 하던 김성태로부터 1억 원을 빌린 것이 시작입니다.

2010년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남의 사우나를 담보로 김성태로부터 돈을 빌려 쌍방울을 인수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김성태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배 씨 역시 쌍방울 주가를 조작하다 적발됐습니다.

이후에도 김성태와의 관계는 지속돼 2012년 한 해에만 100억 원을 빌렸습니다.

배상윤은 2008년에는 도박장 운영자금 2억여 원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고, 이후 두 차례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해 연이은 기업 인수로 전자, 건설, 엔터테인먼트, 호텔, 리조트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 5개의 상장사를 비롯해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배상윤 회장 지인 : 인수하는 회사마다 돈이 다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거 모아가지고 호텔도 사고 하는 거죠.]

KH그룹은 최근까지도 쌍방울과 전환사채 인수나 자금 대여를 통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KH그룹 측은 배상윤 회장이 과거 범죄단체구성 혐의로는 무죄를 받았다며, '조직폭력배'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양현철,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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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끝까지 판다팀이 취재한 내용 권지윤 기자와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Q. 김성태 전 회장이 이름이 최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끝까지 판다팀이 특별히 좀 주목한 이유가 있습니까?

[권지윤 기자 : 저희가 보도했듯이 김성태 전 회장은 불법 사채업으로 돈을 벌어 쌍방울 주가 조작을 하고도 추징금도 없는 집행유예 선고가 고작이었습니다. 덕분에 쌍방울을 계속 실소유 해가며 더 큰 부를 축적했고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방패로 두면서 주식시장 큰손으로 통할 만큼 더 강력한 경제 권력을 지니게 됐습니다. 이제는 정경유착 의혹에 연루되고도 수사기밀을 취득해서 도피까지 할 수 있는 위치가 됐습니다. 애당초 형사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만 했어도 이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요. 무엇보다 자본시장을 크게 교란시키고도 계속 경제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공정과 신뢰가 생명인 자본시장은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뉴스가 끝난 뒤 SBS 뉴스 유튜브 채널 라이브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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