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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11/4) : 재난 기관끼리 '통신 칸막이', 경찰은 '보고 칸막이'

스브스레터 이브닝(11/4) : 재난 기관끼리 '통신 칸막이', 경찰은 '보고 칸막이'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이태원 참사를 통해 재난 대응 체계의 난맥상이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는데요, 1조5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재난안전통신망도 있으나 마나였다고 하네요. 장비는 문제 없는데 경찰은 경찰끼리, 소방은 소방끼리만 썼다는 거죠. 통신에도 조직간 칸막이가 있었던 건데요, 당초 통신망 구축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네요. 경찰 보고체계의 문제는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윤희근 청장은 참사 당시 충북에서 참사를 모른채 잠들었다가 뒤늦게 파악했다고 합니다.

경찰끼리, 소방끼리…통신망 칸막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과 해군이 서로 다른 통신 채널을 사용하는 바람에 구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데요, 정부가 그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해왔죠.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청·소방청·해양경찰청·지방자치단체 등 333개 재난 유관 기관이 동시에 연결되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라고 해요.

쉽게 말하면 첨단 무전기를 쓰는 사업인데요, 이 무전기를 쓰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구청 직원 등이 동시에 소통하면서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죠.

이 통신망 구축에 2025년까지 1조5천억 원 들어간다고 해요. 지난해 통신망이 구축됐고 올해 7월에는 재난 대응 기관들이 모여서 합동훈련도 했다고 해요. 이태원 참사 발생하기 23일 전인 지난달 6일에는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이 통신망을 시연하기도 했죠.

레터용 통신망 시연

근데 이번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김성호 행정안전부 본부장은 오늘(4일) 브리핑에서 "사실 버튼만 누르면 통화그룹에 포함된 기관들이 다 연결해서 통화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작동이 잘 안 됐다"고 시인했네요.

다만 기관 내부에서의 통화는 이 통신망으로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김 본부장은 "가령 경찰 단말기는 현장에 1,500대가 있었고 그 단말기들이 동시에 통화했고, 소방과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로 (기관별) 통화에 이 통신망을 사용했다"고 했습니다. 통신망의 활용이 조직 내부 소통에 그친 거죠. 조직 간 통신에도 칸막이가 있었던 셈이네요.

레터용 중대본 브리핑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재난안전통신망이 이런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조사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장, 참사 모른채 잠들어


이태원 참사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의 행적이 추가로 공개됐는데요, 윤 청장은 충북 제천에 있었고 참사 발생을 모른채 잠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

윤 청장은 주말을 맞아 충북 제천을 방문해 등산한 뒤 캠핑장 숙소에서 밤 11시쯤 잠들었는데요, 이후에 보고 시도가 있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해요. 밤 11시 3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문자를 보냈지만 확인하지 못했고요, 20분 뒤에는 상황담당관이 전화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튿날인 10월30일 새벽 0시 14분에야 상황담당관과 전화 연락이 됐고요, 서울로 즉시 출발하면서 5분 뒤인 0시 19분에 서울경찰청장에게 총력 대응하라고 전화로 지시했다고 합니다.
<윤희근 경찰청장 행적에 대한 경찰청 설명>
-10.29. 23:32 상황담당관으로부터 서울 용산 이태원 일대 인명 사상 사고 발생 문자 수신 (미확인)
-10.29. 23:52 상황담당관 부재중 전화
(10.30. 00:02 서울청 상황실에서 경찰청 상황실로 상황보고)
-10.30. 00:14 상황담당관 전화통화를 통해 상황 보고를 받음
-10.30. 00:19 서울경찰청장에게 총력대응 등 전화 긴급지시
-10.30. 02:30 대통령 주재 회의 화상참석 및 경찰청 지휘부 회의 주재

서울 치안을 책임지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가 발생한 시각에 집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밤11시 34분에 걸려온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세 차례 받지 못했고, 2분 뒤 전화통화가 이뤄져 처음 참사를 인지했다고 하네요.

경찰 보고체계도 '칸막이'


윤희근 경찰청장이 서울이 아닌 충북에 있었다는 점, 참사 발생 모른고 밤 11시에 잠들었다는 점을 문제 삼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현장 경찰력 배치 등의 지휘권을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서울경찰청장이 집에 있었던 것도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인파 급증에 대비한 혼잡 경비보다 집회 경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찰의 경비 관행이 이날(29일)도 무신경하게 이어졌고, 경찰 수뇌부의 관심도 집회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네요.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는데요, 특히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 참가자들은 밤 8시 10분쯤 대통령실 근처까지 행진한 뒤 해산했다고 해요.

김광호 서울 경찰청장이 밤 9시쯤 서울 강남의 자택으로 퇴근했다고 하는데요, 집회가 마무리된 걸 지켜본 뒤에 퇴근한 걸로 볼 수 있죠. 아마 윤희근 청장도 충북에서 밤 11시에 잠들기 전까지 집회 상황은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크죠.

서울경찰청/서울용산경찰서

또 하나 짚어볼 게 있는데요, 윤희근 청장이나 김광호 청장에게 올라간 첫 보고(두 청장 모두 받지는 못했지만)가 각각 밤 11시 32분과 밤 11시 34분으로 너무 늦었다는 겁니다. 소방 보고 라인을 통해 윤 대통령이 처음 참사를 알게 된 게 밤 11시 1분이었는데요, 두 경찰 수뇌부가 첫 보고를 바로 받았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은 거죠. 서울경찰청의 야간 112 상황실 책임자가 자리를 비우는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다른 보고 채널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데 쉽게 납득하기 어렵네요.

경찰청, 소방청 연락받고 참사 파악


경찰청이 경찰 보고 라인이 아니라 소방청의 연락을 받고 참사를 파악한 사실도 드러났네요.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10시 56분 소방청은 경찰청 상황실에 다급하게 교통 통제를 요청했는데요, 구급차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근 교통을 통제해달라고 내용이었다고 해요.

참사가 시작된 지 41분 뒤인데요, 이때까지 현장 상황을 몰랐던 경찰청 상황실은 서울청 상황실과 용산경찰서 상황실을 통해 밤 11시 15분쯤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보고 체계가 작동했다면 용산서→서울경찰청→경찰청의 보고 계통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거죠. 이 보고 라인을 통해 서울경찰청이 경찰청에 보고한 건 참사 이튿날인 10월 30일 새벽 0시 2분이라고 합니다.

경찰청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경찰의 보고 체계가 무너진 걸 보면 재난안전 관리에서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죠. 좋은 장비를 갖추고 시스템을 갖춰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 특히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거죠. 이런 인식이 깨어 있어야 재난관리 체계가 부실에 빠지지 않고 정상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레터 한컷 1104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작업자 2명이 고립된 지 열흘이 됐는데요, 고립된 작업자의 어린 조카가 삼촌의 극적인 생환을 기원하며 천공에 넣을 편지를 작성하는 모습이에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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