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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 긴급대피 경보, '양치기 소년' 될까 걱정"

북한 미사일 발사에 일본 긴급대피 경보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가동하고 있는 J-얼러트(전국순시경보시스템)가 발령됐다가 내용이 틀려 정정을 하고 아예 다른 지역에 경보가 발령되는 등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다 자민당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 되자 송신 시간 등 개선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공휴일(문화의 날)이었던 아침 7시 50분, 일본 미야기현과 니가타현, 야마가타현에 갑자기 긴급대피 경보가 발령됐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토와 영해에 떨어지거나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J-얼러트를 발령한다. 최근 일본이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내여행 지원책도 시행하고 있어 휴일을 맞아 지방을 찾은 관광객도 많았는데 급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약 1시간쯤 뒤에 하마다 방위상이 기자들 앞으로 나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지 않았고, 상공에서 소실된 것으로 확인돼 정정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잘못 분석된 정보를 가지고 긴급 경보를 발령했던 것이다.
 

총리실-방위성 엇갈리는 해명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J-얼러트의 발령 체계는 이렇다. 우선 일본 방위성에서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탐지하면 어느 시점에 어느 쪽으로 낙하할 것이라고 자동으로 계산을 하고 이 정보는 총리실과 실시간으로 공유가 된다. 이후 그 정보를 가지고 총리실 산하 내각관방에서 경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어제 경보 발령을 두고 총리실에서는 방위성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반면, 방위성은 미사일의 낙하 예측 시각을 보고 총리실에서 판단해 발령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방위성은 "우리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다는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하마다 방위상이 "미사일이 (레이다에서) 소실됐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 총리실에서는 소실 내용은 J-얼러트 발령 1시간 뒤쯤 알았다고 주장하는 등 총리실과 방위성이 서로 책임을 떠미는 양상이다.

오정보에 따른 발령도 문제지만 설령 내용이 맞았다고 해도 발령 시간이 문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침 7시 50분쯤 대피경보를 첫 발령한 뒤 10분쯤 지나 "7시 48분경 상공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는데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뒤에 10분 이상 경과해 통과 시각이 나오는 것은 지나치게 늦었다는 내용이다. 오노데라 자민당 전 방위상도 "결국 미사일이 (상공을) 지나간 뒤에 J-얼러트가 발령됐다는 것"이라며 "부끄러운 발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속출하는 오정보…일본 정부 "문제없어"

지난달 4일 실제 북한 미사일이 실제 일본 열도를 넘어 날아갔던 경우에는 대피와 관련이 없는 지역에도 긴급대피 경보가 발령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사일이 날아간 것은 일본 혼슈 북부의 아오모리현 인근이었지만 도쿄도 소속 섬 지역에까지 경보가 발령된 것. 상황이 이러자 일부 주민들은 "J-얼러트를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정부 관계자는 "J-얼러트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면 양치기 소년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내각관방장관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J-얼러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3일 마쓰노 관방장관은 "미사일 궤도상 일본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어 경보를 발령한 것"이라면서 "경보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의 지적과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어제 브리핑에서 "경보 송신 시간을 한층 더 빠르게 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시스템 개선을 포함한 개선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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