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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대왕고래가 매일 1천만 개 꿀꺽한 '이것', 어쩌면 내 뱃속에도…

크릴새우 등 먹이 통해 고래 몸 속으로…"멸치·정어리 먹는 인간에도 영향"

그린피스가 제작한 고래 모형 (사진= 그린피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그린피스가 만든 고래 모형)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로 알려진 대왕고래가 하루에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1천만 조각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샤이럴 카헤인-라포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 혹등고래가 매일 엄청난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0~2019년까지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등 191마리 고래의 등에 위성 송신기가 달린 전자 장치를 부착한 뒤 그들의 먹이 활동을 추적해왔습니다.

동시에 이들이 서식하는 태평양 캘리포니아 해류의 미세플라스틱 데이터를 결합해 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을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대왕고래가 하루에 최대 1천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약 43.5㎏에 달하는 양으로, 1년이면 약 10억 조각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셈입니다. 

카헤인-라포트 박사는 "약 44㎏의 미세플라스틱을 몸속에 들고 다닌다고 상상해보라. 대왕고래는 매우 큰 동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44㎏의 미세플라스틱은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인위적으로 제조됐거나, 플라스틱 해양쓰레기 등이 미세하게 분해돼 만들어진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최근 몇십 년간 해양 내 농도가 높아졌습니다.

연구팀은 고래가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이 밀집된 수심 50~250m 깊이에서 먹이를 먹는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가장 높은 수심과 일치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고래가 크릴(Krill) 먹이활동을 하는 수심(제일 왼쪽)과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수심(제일 오른쪽)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매튜 사보카 박사 연구팀 제공)
▲ 고래가 크릴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수심 높이를 설명한 그래프.

이 대왕고래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이유는 바로 이들이 먹이를 섭취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대왕고래는 입 안에 있는 필터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크릴과 같은 작은 먹이들을 걸러냅니다. 이 과정에서 먹이와 바닷물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먹는 것입니다.

대왕고래가 먹이를 먹는 장면(왼쪽), 크릴새우(오른쪽) (사진= 유튜브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99%는 이전에 플라스틱을 섭취한 먹이를 통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진 크릴새우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 고래일수록 체내 미세플라스틱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래가 먹이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한다는 사실은 인간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크릴새우가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있고, 인간은 크릴새우를 먹는 멸치와 정어리를 먹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카헤인-라포트 박사는 "플라스틱 입자가 너무 작을 경우 내장 벽을 침투해 장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다"며 "플라스틱은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화학 물질을 방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고래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사진= 그린피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매튜 사보카 박사 연구팀 제공, 유튜브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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