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통일' 언급한 시진핑…타이완에 드리워진 전운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2022년 10월) : 동의하지 않으면 손을 들어주십시오. (없습니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세계의 주목과 함께 커다란 불안을 자아낸 건, 시진핑 주석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이었습니다.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2022년 10월) : 평화통일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마저 불사하겠단 사실상의 위협이죠.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포위 사격을 주도했던 강경파가 군 서열 3위인 제2 부주석으로 깜짝 승진하기도 했는데, 타이완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단 시진핑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입니다.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2022년 10월) :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충분히 실현될 수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은 늦어도 2027년까지 시진핑이 타이완을 침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고 미 해군참모총장은 아예 '중국이 올해 안에 타이완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6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해 미국이 군사 대응에 나서는 상황을 올 한해 모두 22차례나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중이죠. 그럼 이 가운데 언제를 주목해야 할까요?
타이완을 향한 시진핑의 집념…'위대한 중국'의 마지막 퍼즐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 24년에 타이완에서 또 총통 선거가 있어요. 그러고 나면 28년 총통 선거를 앞둔 것이 27년이기 때문에 (민진당 정부가) 네 차례에 걸쳐서 연임을 계속하게 된다고 하면 타이완의 독립 지향 세력이 계속 확대된다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 사례가 중국에게 반면교사가 됐을 거다,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제재를 감수하고 침공에 나서긴 쉽지 않을 거라는 신중론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타이완 문제는 중국이 그 어떤 것과도 맞바꾸지 않을 핵심 이익, 즉 레드라인이라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데요.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2017년 10월) : 중국은 단 한 뼘의 땅도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서구 열강에 치욕스럽게 빼앗겼던 홍콩, 마카오를 되찾은 중국에게는, 마지막 남은 타이완 통일이야말로 그레이트 차이나의 완성이자 시진핑 영구집권의 열쇠라 보거든요. 때문에 만약 타이완의 독립 의지가 강해지면 중국은 결코 참지 않을 겁니다.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 타이완이 독립을 선언한다거나 미국이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한다든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 중국은 아마도 망설임 없이 타이완에 대한 무력 행동을 불사할 겁니다.]
'뚫어내느냐 vs 버텨내느냐'…시나리오로 보는 '타이완 전쟁'
그러다 보니 중국은 해군 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고, 타이완은 섬 서부를 철통 수비할 지대공, 지대함 미사일과 전투기 등으로 방공망을 구축하는 데 애쓰고 있죠.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이 방사포와 둥펑 미사일을 통해 타이완 방공망을 집중 타격할 겁니다. 상륙과 시가전이 벌어지는 동안 중국은 동시에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타이완 동부 해역에도 함대를 보내게 될 텐데요. 중국이 아무리 사전에 신속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며 전쟁 준비를 하려 해도 미국의 감시 자산이 눈 감고 있지 않겠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리 예측했듯이 대비를 할 겁니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 7함대가 즉각 움직이고 일본 자위대가 함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위협적으로 과시하듯 세계 최고 성능 신예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를 지난달 미 7함대 모항으로 급파하기도 했죠.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 : 일본 같은 경우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갈등 때문에 타이완이 무너져 버리면 다음은 일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연합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여집니다.]
중국의 해군력이 이런 미국에 맞서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국제 싱크탱크의 분석인데요.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전략핵 잠수함과 미사일 구축함을 잇따라 취역시켰고 지난해 헬기 최소 30대와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탑재할 수 있는 4만 톤 강습상륙함 하이난도 처음 취역시켰습니다.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 (중국이) 해병대를 9개 여단 정도로 증설을 했어요. 현 상태에서 타이완 섬에 대한 상륙작전을 하기는 쉽지 않다 결코. 그러나 2020년대 후반 정도가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세계 최강 군사력의 두 나라가 격돌한다면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결국 중국을 물리치겠지만 양국 모두 치러야 할 비용이 막대할 걸로 분석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습니다. 중국의 미사일이 개전 4주 만에 미국과 일본의 수상함대 두 척을 침몰시키고 전투기 900대를 파괴할 것이며 일본과 괌에 있는 미군 기지도 공격받을 거란 겁니다. 또 전쟁으로 타이완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거고 미군도 재건에 몇 년이 걸릴 걸로 연구소는 전망했습니다.
신속히 출격할 주한미군…동맹국 역할 요구할까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 미국이 개입을 하게 되면 타이완과 가까운 군대와 무기 자산들을 활용해야 되는데 그럼 주한미군이 가깝단 말이에요.]
미국은 주한미군을 신속하게 출격시킬 거란 관측입니다. 2000년대 한미 간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개념 때문인데 ("주한미군이 세계 각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주한미군을 이동시키는 것을 양해한다") 한반도를 지키는 주한미군의 해외 파병의 길은 이미 열려 있는 겁니다. 여기에 미 국무부는 타이완이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 한국의 지원을 희망한단 메시지를 은근하게 발신하기도 했죠.
[네드 프라이스/미국 국무부 대변인 (2022년 9월) : 우리가 타이완 사람들을 지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타이완인들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한국 동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윤석열 정부가 정상 배치하겠다고 공언한 사드 레이더를 통해 중국 동향을 탐지해달라고 할 수 있고요. 중국 해군이 내려올 해역에 기뢰 설치를 요청하는 등 군사 동맹국으로서 역할까지 적극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 관측입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중국의 핵심이익인 타이완 문제에 우리가 군사 개입을 하면 중국과의 정상적 외교 관계는 강을 건널 거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고요.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모종의 역할을 요구해서 우리가 거기에 협력하게 된다면 중국은 한국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고 적대국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중 관계가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고]
거기다 중국과 북한 문제도 얽혀 있죠. 중국이 한미 동맹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에 적극 손을 내밀 수도 있는데 중·러와 밀착해 대북 제재의 숨통을 틔워보려는 북한 역시 강력한 무력 도발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진핑은 최근 북한에 "지역 정세가 심각하니 단결과 협조를 강화하자"는 의미심장한 서한을 보냈고요. 북한도 시진핑 3연임이 확정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축전을 날렸습니다.
선택 강요받게 될 한국…가장 현명한 선택은?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지 타이완이나 중국이 아니거든요.]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말고 우리의 국익을 따져 제한적으로 협조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핵심이라는 겁니다.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 사안에 따라서 최소한도로 동맹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자: 최소한도가 핵심이네요?) 그렇죠.]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이 참전하는 데 호응하는 정도가 중국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 걸 막으면서 미국에는 생색을 낼 수 있는 최소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죠.
지금 타이완과 수교를 맺은 나라는 불과 14개국입니다. 한때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UN 상임 이사국이었던 타이완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다시피 했죠. 그리고 이제는 전쟁의 위협까지 받고 있습니다. 강대국이 흔드는 대로 요동치는 국제 정세, 여기에 휩쓸려 소용돌이치는 작은 나라의 운명은 비정한 국제 사회의 단면이기도 할 텐데요. 실제로 충돌이 벌어진다면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밀착해 활로를 모색할 거고, 일본은 기회를 틈타 재무장을 노릴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대국 아귀다툼에 휩쓸려 길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의 국익을 그 어느 때보다도 냉철하게, 또 명민하게 따져서 대비해야 할 겁니다.
(기획 : 정윤식 / 영상취재 : 홍종수 / 편집 : 정용희 / 콘텐츠디자인 : 장지혜 / 제작 : D콘텐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