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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일본서도 '닮은 꼴' 사고…"경찰 · 시 공무원 유죄"

<앵커>

21년 전 일본에서는 지역 축제 당시 육교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11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일본 법원은 시 공무원들과 경찰 간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그 판결문을 저희가 입수했는데, 어떤 부분이 쟁점이었는지 홍영재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2001년 7월,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에서 열린 불꽃축제장에서 어린이 9명 등 11명이 숨지고 24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행사장과 인근 전철역을 잇는 길이 100m, 폭 6m 육교에 6천 명 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육교에서 압사 사고가 난 겁니다.

아카시시 사고는 시가 주최한 행사란 점을 제외하면 경찰의 부실 대응 측면에서 이태원 참사와 똑 닮았습니다.

10만 명 이상 인파가 예상되고 대부분 육교를 이용할 걸로 관측되는데도, 혼잡 경비 대책은 부실했습니다.

사고 2시간 전부터 육교에 인파가 몰리자 육교 유입을 막고 기동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경비업체 직원과 부하 경찰관의 보고가 있었지만 경찰 간부는 무시했습니다.

사고 20분쯤 전부터 육교 위 시민들이 "아이가 숨을 못 쉬니 뭔가 해달라"거나 비명 섞인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는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습니다.

행사 당일 육교 주변에 100여 명의 기동대원이 있었는데도 폭주족 단속 업무가 주임무라는 이유로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사고가 예견되는데도, 112 신고에 적극대응하지 않고, 기동대 등 추가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상황이 이태원 참사와 판박입니다.

[양중진/변호사 : 자체 경비계획을 안 세운 그 자체가 문제인지 하나 하고, 또 하나는 나중에 112 신고라든가 계속 들어왔을 때 뒤늦게라도 투입했어야 하는데 투입 안 한 게 이게 문제였는지 두 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일본 법원은 주최 측인 시청 직원 3명과 혼잡 경비 담당 경찰관 1명, 경비 대행업체 대표에 대해 모두 금고 2년 6개월 등의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혼잡 사고는 없을 거라고 믿고,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이유에서인데, 이태원 참사의 향후 법적 책임을 다투는 과정에서도 참고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선수, CG : 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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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영재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주목할 부분은?

[홍영재 기자 : 일본 사고는 행사 주최가 있었다는 점 빼고는 상당히 유사한 사건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 재판소가 당시 시청 공무원뿐만이 아니고 경찰에 형사책임도 인정을 했는데요. 비록 이 행사를 시가 주관을 했고, 또 시가 민간 업체에 경비 용역을 맡기기는 했지만 경찰 역시 혼잡 사고 발생을 미리 방지해 참가자 안전을 확보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본 겁니다. 우리 정부는 사고 초기 주최 측이 없는 행사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소 책임에는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웃 일본에서는 주최 측이 있든 없든 경찰은 안전 관리 의무가 있다고 분명히 판결한 겁니다.]

Q. 세월호 수사 때 참고?

[홍영재 기자 :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해경 123정장이 세월호 승객들에 대한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를 했고, 이 사건이 결국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당시 검찰도 구조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구조 업무에 실패한 경우를 처벌한 국내 사례가 없어서 이 일본 판결문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현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용산경찰서와 112 지휘라인을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와 워낙 유사점이 많은 사건이라 경찰 역시 일본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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