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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11/3) : 경찰 지휘부는 뭐했나?…드러나는 민낯

스브스레터 이브닝(11/3) : 경찰 지휘부는 뭐했나?…드러나는 민낯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112 녹취록이 공개된 뒤 경찰 지휘부가 일선 경찰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현장에서는 반발도 많다고 합니다. 근데 경찰 지휘부의 늑장 보고나 근무 태만 같은 문제도 하나 둘 드러나고 있네요. 경찰의 재난 대응 체계 전반이 도마에 오르게 됐죠. 
 

야간 112 책임자, 자리에 없었다


경찰에 특별감찰팀이 꾸려졌는데요,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과 관련해 고위 간부들의 늑장 보고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야간 상황을 책임지는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지키지 않았던 사실이 SBS 보도로 알려졌는데요, 특별감찰팀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류 총경은 자리를 오래 비운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겨레'는 참사 발생 1시간 24분 뒤인 밤 11시39분에 112상황실로 복귀했다고 보도하고 있네요.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은 야간에 112상황실장을 맡아 서울경찰청장에게 치안 상황을 보고하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청 상황실에도 보고하는 역할을 하게 돼 있습니다. 자리를 비우고 있었으니 참사를 뒤늦게 파악하고 윗선에 대한 보고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태원 참사 당일 112신고

이임재 용산서장(총경)도 수사의뢰됐는데요, 이태원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현장을 총괄할 의무가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도 지연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죠.

류 총경과 이 총경의 늑장보고 탓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밤 11시 36분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튿날 새벽 0시 14분에 참사를 처음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윤 청장이 처음 참사를 알게 된 게 참사 발생 1시간 59분이나 지나 뒤였던 거죠.

레터용 경찰 지휘부

경찰의 상황관리 시스템이나 보고 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는 게 이번 참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거죠.
 

지휘체계는 어디가고…뒤죽박죽 보고 


재난 상황에서 국가 기간조직의 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리해 볼까요. 지휘 계통에 따라서 참사 첫 보고 받은 시간을 보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밤 11시 36분,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새벽 0시 14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9일 밤 11시 20분, 대통령은 29일 밤 11시 1분이죠. 

레터용 그래픽 보고체계
결국 윤 대통령이 참사를 가장 먼저 알았고 행안부 장관, 서울청장, 경찰청장 순이 되는데요, 통상적 지휘계통과 맞지도 않고 뒤죽박죽이죠.

참사 이전에 생사를 다투는 급박한 시민들의 112 신고는 사실상 묵살됐고,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 정부의 지휘부들이 늦게 참사를 파악하면서 늑장 대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보고를 받은 경찰 수뇌부는 어떤 조치를 했을까요?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새벽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등을 지시했다고 하고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새벽에 현장에 도착해 지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죠.

근데 이때는 이미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다음이죠. 경차 수뇌부가 참사 예방 조치를 한 건 전무하고 참사 이후에도 제대로된 현장 지휘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거죠. 
 

부글부글 끓는 현장 경찰


112 녹취록 공개 이후 경찰의 부실 대응이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국민적 공분도 커진 뒤 경찰 지휘부가 일선 경찰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죠. 윤 청장은 '읍참마속'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강도 높은 감찰을 예고했고요.

하지만 일선 경찰은 '꼬리 자르기'라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죠.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제발 청장님이 먼저 옷 벗겠다고 용기를 보여주십시오" "청장님의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찍혔다"면서 윤 청장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경찰+이태원 합성 이미지

또 '지금 가슴에 단 근조 리본은 현장 경찰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제목의 글을 보면 "그동안 현장 대응력만 강요하고 정작 그 인원은 야금야금 빼가서 다른 부서를 충원하며 현장 대응력 약화를 야기한 지휘부의 책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지휘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걸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네요.  

참사 책임을 관할 파출소나 현장 직원에게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는 불만이 경찰 내부에서 나오는 거죠.
 

희생양 찾기보다 징비록 만들어야


경찰을 희생양 삼아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희생양을 찾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문제를 봉합하려고 하면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하는 데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겠죠.

정치권에서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 조사와 이상민 행안장관을 비롯한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고 있죠.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로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고요. 반면에 국민의힘은 112 녹취록 공개 이후 자세를 낮추고 있지만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네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징계는 반드시 필요하죠.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출발점일 겁니다. 하지만 진상 규명과 문책이 희생양 찾아 비난 화살을 돌리거나 꼬리 자르기 위한 목적이어서는 곤란하겠죠. 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새겨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징비록'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레터 한컷 1103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심폐소생술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는데요, 참사 이후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죠. 사진은 광주 빛고을국민안전체험관에서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습하는 장면이에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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